[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겨울 왕국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여계봉 선임기자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캐롤라인 루이스에게 다가가는

눈 덮인 숲은 

겨울 왕국이다

 

호수로 가는 오솔길은

하늘을 찌를 듯

키다리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온몸에 두꺼운 눈 외투를

두르고 서 있고

 

발자국 하나 없는

인적 끓긴 숲길은 

뿌드득 밟히는 

눈 신음 소리 외

한없이 고요할 뿐

 

 

침묵은 살아있는 것들의 

최후의 순수 언어

감정이 궁극(窮極)에 달하면 

말문도 닫힌다

 

화려한 에메랄드 색채로 치장했던

로키의 보석 레이크 루이스는

 

이제

무채색의

담백한 흑백 세상이다

 

 

장엄한 빅토리아 설산 아래

너른 설원에

고개 내민 햇살은 

금새 얼어붙어 

 

호반에 있는 고성호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객실 창을 넘지 못한다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는

레이크 뷰 라운지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타임은

눈과 입을 위한

작은 호사다

 

 

창밖에 함박눈은 

초록 가문비나무에

소복소복 쌓이고 

설원에 내린

산 그림자마저 밀어내는데

 

엄동(嚴冬)을 털어낸

나목의 숲에 

눈꽃 지는 소리 들리고

설원 아래 두꺼운 얼음이

켜켜히 밀려서 올라올 때까지

 

 

 

라운지 창가에 앉아

깊은 적요(寂寥)에 잠기고 싶다.

 

 

*레이크 루이스: 길이 2.4㎞, 폭 1.2㎞의 빙하호수로 세계 10대 절경 중의 하나다.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밴프 시내에서 1시간 거리이다. 원래 '에메랄드 레이크'였으나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네 번째 딸 루이스 캐롤라인 앨버타가 캐나다 주지사였던 론 후작과 결혼하면서 '레이크 루이스'라 불렸다. 12월부터 5월까지 단단하게 얼어붙는 호수에서 스케이트, 스키, 스노슈잉, 설원 트레킹, 마차타기 등 눈과 관련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호수 뒤쪽의 고풍스런 성(城)을 닮은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hotel)은 호수 뷰 객실의 하루 숙박료가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아 예약하기 쉽지 않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yeogb@naver.com

 

 

작성 2023.01.27 11:35 수정 2023.01.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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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