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책] 기차 타고 러시아 순례

양기혁 지음

 

 

<백해에서 흑해까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순례자는 거의 백일에 걸쳐 백해에서 흑해까지 남북을 종단하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동서를 횡단한다. 『기차 타고 러시아 순례』는 러시아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동안 순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사실들을 기록한 책이다. 두께가 576쪽이나 되지만, 이런 정도의 분량으로 순례의 전말을 속속들이 정리해 내는 일은 불가능했으리라. 아직도 순례자의 머리와 가슴에는 쏟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새끼를 치고 있을 것이란 뜻이다. 더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순례자가 동서남북의 러시아 땅덩어리만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사상과 문학과 역사에 대한 엄숙한 순례(巡禮)의 자세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가 그를 순례자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마당 깊은 러시아의 진면목을 참배하는 순례>


전통을 자랑하고 사연이 많은 경우 유서(由緖)가 깊은 집안 또는 마당 깊은 집이라고 한다. 러시아야말로 마당 깊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성싶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광활한 영토는 물론이거니와 짜르의 전제군주정 시대와 볼셰비키 혁명에 의한 공산 독재 시대의 문물이 공존(共存)하고,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모스크바로 들이닥쳤으나 탈탈 털린 채 끝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여러 민족의 영광과 수난이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러시아야말로 마당 깊은 나라가 아니겠는가. 순례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비롯한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순례하면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안톤 체홉과 푸쉬킨을 만나고, 레닌과 스탈린을 만나고, 체르니셉스키와 데카브리스트를 만난다. 마당 깊은 러시아를 순례하는 순례자의 발길을 따라가려면 책의 말미에 붙여놓은 ‘지름길 찾아보기’와 ‘참고문헌’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양기혁, 그래서 그는 순례자가 되었다>


러시아 여행을 위해 독학으로 러시아어를 배우고 러시아의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여행의 사전 준비로서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네 차례에 걸쳐 101일 동안 여행을 했고, 노르웨이에서의 5일과 중국에서의 7일을 빼더라도 89일 동안 러시아를 종횡으로 가로질렀다는 것은 나름대로 성스러운 순례가 되고도 남을 성싶다. 더욱이 대부분의 여정을 혼자서 감당해내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등 열차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기차 타고 러시아 순례』라는 제목이 지은이가 순례자라는 말처럼 그럴 듯하게 들린다. 순례자 양기혁은 재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현재 서귀포에서 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 이미 『노자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중국 여행기를 펴낸 바 있다.

 

새로운 사람들 刊 / 양기혁 지음

 

작성 2023.02.03 10:14 수정 2023.02.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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