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나일강 따라 떠나는 신화의 땅 이집트

아스완에서 룩소까지 3박 4일 나일강 크루즈

아스완 나일강가에 정박 중인 크루즈 객실 문을 여니 침대 위에 흰색 악어 한 마리가 몸을 세운 채 여행자를 노려보고 있다. 선원들이 호텔방에 비치하는 큰 수건 하나를 말아서 꾸민 데커레이션이었지만 내일 가는 악어 신전 콤옴보 관광을 위한 이집트 다운 서비스다.

 


호텔은 나일강에 떠 있는 크루즈다. 1층은 로비, 2층은 객실과 쇼핑몰, 3층은 식당과 객실, 4층은 객실과 라운지, 갑판은 수영장과 휴식공간이 있는 야외 카페다. 옥상에서 나일강과 강 위를 떠다니는 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먹고 자며 룩소까지 강을 내려가면서 나일강 강변의 고대 유적지를 방문한다. 



배는 나일강을 달린다. 객실 창가에 앉아 창문 바깥으로 펼쳐지는 나일강의 진풍경을 객실 안에서 즐긴다. 크루즈는 신전이 있는 고도 콤옴보와 에디푸에 정박해서 여행자를 잠시 풀어 놓은 후 다시 룩소를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나일강에는 크루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대 지중해에서 돛이나 노로만 움직였던 무동력 돛단배 ‘펠루카’도 있다. 펠루카로 룩소 서안의 왕가의 계곡에서 카르낙 신전이 있는 동안으로 건너간다. 전통 복장을 한 뱃사공이 맨발로 고물과 이물을 오가며 밧줄과 돛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수천 년 세월을 뛰어넘는다.



강가에 1937년 영국의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가 ‘나일강 살인사건’을 쓴 올드 캐터랙트 호텔이 보인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빠져살았던 젊은 시절, 언젠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염원이 이루어지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펠루카에서 내린 강변에는 마차가 줄지어 서 있다. 카르낙 신전 투어를 마치고 룩소 신전까지는 마차 투어다. 석양에 물들어가는 이집트의 수백 년 도읍지 룩소 시내를 지나간다. 나일강에는 어둠이 깃들고 강가의 룩소 신전은 불그스레한 조명에 물들어 여행자는 오랜 세월 전으로 빨려 들어간다. 호루스신, 람세스 2세와 함께 사는 이 도시의 일상에는 늘 과거가 녹아있다.



크루즈로 돌아와 나일강 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동행한 친구들과 갑판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와인을 즐긴다. 아침이 되어 홍해의 해양레저도시 후루가다로 가기 위해 배에서 내린다. 짧고도 길었던 3박 4일의 나일강 크루즈가 아쉽게도 끝나는 시간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yeogb@naver.com


 

작성 2023.02.05 11:07 수정 2023.02.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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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