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을 위해
밤에 잠을 자다가 유리문을 열었네
여긴, 거울은 겨울인데 따뜻한 겨울이네
바다 건너 어떤 곳엔 냉기에 떠는 사람들
어디에선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바람이
갓 핀 매화꽃 나뭇가지를 흔들고
산만한 소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어
분망하게 봄과 겨울을 분산하며
인간 대신 흐느낀다는데
나는 부질없는 기후 기상대처럼 우두커니가 되네
그래도, 어딘가 근처 산을 가면,
겨울을 근심하는 나무들이 진작 살이 오르고
겨울 찬 냉기에 금이 간 바위틈에선
민들레 송이들이 봄 아닌 봄을 작은
부챗살처럼 펴며 뒤죽, 박죽, 공해가 없는
어제를 그리며 근심을 모르는 자연을 꿈꾼다네
또, 어디메 산동네는 반짝거리는 자갈돌 사이
졸졸 숨을 쉬는 샘물이 금방
잠이 깬 산새 울음소리에 얹혀
상처를 모르던 먼 지난날들을 그리는
순결한 화가가 되기라도 한다네
그러나 어쩌지? 도시 밖 먼 데서 누군가는
떼죽음을 당한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몸부림치는 바다의 희미한 울음소리라도 듣는지
그렇게 날은 가고 그렇게 이상한 날들이 예사롭게 가고
언제나 있었던 너의 슬픔, 단지 몰랐을 뿐이라고
지구의 어느 곳 뫼가 높은 곳엔
산꿩이 힘차게 나래를 퍼덕이며 간밤에 곱게 온
빗방울 튀기며 힘차게 테너를 부를까,
그런 생각을 또 꿈속이듯 하는 나는
또 또 지금 누군가를 정녕 그리며 잠을 깨워
어떤 곡절한 기도라도 하는지, 하고 있는지

[곽상희 시인]
치유의 문학 강연자
올림포에트리 시인
영국국제인명사전 등재
UPLI 계관시인으로 선정
창작클리닉문화센터 경영
곽상희 kwaksanghee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