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이월은 따사로운 햇살에 새움이 돋는 돋음달이다. 겨우내 쌓였던 겨울 먼지를 털어내고 새봄을 맞이하기 위한 달이다. 지리했던 겨울을 보내고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잘 살아내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 잡는 달이기에 분주하고 바쁜 달이다. 기운 달도 다시 일어서 보름달이 되고 땅속에 움츠렸던 생명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남쪽에는 동백이 피어 봄을 불러오고 있지만 중부지방에는 여전히 잔설이 남아 겨울을 녹이고 있다. 그래도 봄은 온다. 둥근 보름달도 봄을 태우고 오고 있고 빈 가지에 매달린 산의 어깨도 봄의 전령이 웃고 있다. 눈 녹은 길은 질퍽질퍽하지만 그 길을 걷는 나그네의 발밑에 진흙처럼 달라붙은 봄이 따라오고 있다.
이월은 깍두기다.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깍두기다. 깍두기는 중도이며 중용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로 섬이다. 그러니 이월을 얕보지 마라. 겨울을 다독여 봄을 불러오는 존재다. 자연은 저 둥근 보름달처럼 저 빈 가지처럼 저 빈 길처럼 그렇게 우리의 삶의 이정표를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저 빈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 비워내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