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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색아지랑이
콩이 여물 때가 되었어요
당신이 오시면
알맹이
당신이 오시면
껍데기
당신은 어디로 오시나요
혹여 알맹이를 털어내면
콩깍지가 되나요
춘색아지랑이가 피네요
나는 지게꾼
당신이 스며든 수평선을 지고 싶습니다
[시작노트]
내 마음에 콩씨 하나 심어놓은 당신, 때는 농번기, 풀 구경하러 오세요. 풀이 자라면 너는 빈껍데기, 알맹이를 털어내면 홀쭉한 당신은 길을 못 찾는 다지. 아지랑이가 피는 봄, 나는 지게에 당신의 마음을 지고 싶다.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