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신화의 땅 이집트의 고도 룩소르 이야기Ⅱ

여계봉 선임기자

 

왕 64명의 무덤이 있는 곳

세계 5대 도시로 꼽히던 곳

1,600년간 이집트를 이끈 곳 

세계에서 가장 큰 신전이 있는 곳

 

룩소르 서안 ′죽은 자의 도시′(네크로폴리스)에서 펠루카를 타고 동안에 있는 ′산 자의 도시′(아크로폴리스)로 넘어간다. 펠루카(felucca)는 삼각돛을 단 작은 범선이다. 수천 년 전부터 나일강을 오고 간 작은 돛단배의 하얀 돛 아래에 앉아 방금 다녀온 서안 왕가의 계곡을 바라본다.

 

룩소르 서안과 동안을 오가는 전통 돛단배 펠루카

 

 

나일강은 농사를 지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축복이었다. 나일강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 루트였고 사후세계로 연결해 주는 통로였다. 그래서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들은 나일강의 동안을 따라 서 있다. 

 

국토의 95% 이상이 사막인 이집트에서 인구의 90% 이상이 나일강 주변에 살고 있다. 현재 이집트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도 나일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가는 200km 크루즈 여정이다. 

 

룩소르와 아스완 200km 여정을 운항하는 나일강 크루즈선

 

 

크루즈선은 아스완에서 출발하여 콤솜보와 에드푸, 에스나를 거쳐 룩소르까지 운항하거나 혹은 반대 노선으로 운항한다. 아스완과 룩소르 사이에는 필레 신전, 콤옴보 신전, 에디푸 신전, 룩소르 신전, 카르낙 신전, 왕가의 계곡 등 주요 유적들이 있어 이집트 문명 둘러보기의 최적화된 코스로 꼽힌다. 여기에 아스완 아래에 있는 아부심벨 신전까지 포함하면 고대 이집트 유적을 거의 다 둘러봤다고 할 수 있다.

 

  • - 카르낙 신전

룩소르 동안은 사람들이 수천 년 전의 신전 속에서 산다. 숫양 형상을 한 아문신에게 헌정된 카르낙 신전은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 최대규모인데 동서 540m, 남북 600m다. 아직 10%밖에 발굴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 중왕국 시대 2천 년에 걸쳐 증축된 이 신전은 태양신 라와 결합한 아문의 대표 신전으로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카르낙의 부속 신전인 룩소르 신전까지 3km였던 스핑크스 에비뉴는 현재 복원 중이다. 카르낙 신전에서는 나일강 범람을 축하하는 오페르 축제를 매년 열었는데, 이곳에서 매년 태양신 아문과 그의 처 무트, 아들 콘수의 신상을 배에 싣고 3km 떨어진 룩소 신전까지 옮기는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고 한다. 첫 번째 탑문에는 스핑크스들이 도열해 있는데 아문을 상징하는 숫양의 발 사이에는 람세스 2세가 있다. 

 

 카르낙 신전 정문에 도열해 있는 스핑크스

 

 

44m 높이의 탑문을 지나 두 번째 마당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높이 23m, 둘레 5m의 파피루스 석주 74개가 2중으로 도열해 있는 대열주실은 람세스 1세때 지었는데 원기둥마다 섬세한 부조 장식과 이집트 상형문자로 장식되어 있고 열주 위에는 연꽃 문양을 새겨놓았다. 

 

파피루스 기둥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

 

 

파라오들의 취임식장이기도 한 넓은 공간에는 상하 이집트 통일의 정당성을 표현한 부조와 시삭왕의 '이스라엘을 정복' 기록된 조각이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신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지성소는 파라오만 들어갈 수 있는 신성한 곳이었다. 오늘은 한꺼번에 이곳을 찾은 많은 파라오들 때문에 발디릴 틈이 없다.

 

세 번째 탑문을 나오면 합세수트여왕과 그녀의 아버지 투트모스1세의 오벨리스크가 나온다. 파라오가 태양신 라에 헌신하는 오벨리스크에는 파라오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칭송하는 내용이 고대 이집트문자로 적혀있고 피라미드 모양의 끝은 금이나 은으로 덮어 햇빛이 반사되도록 했다. 

 

합세수트여왕과 그녀의 아버지 투트모스1세의 오벨리스크

 

 

얼마 전까지 근처 호수에 누워있던 또 하나의 합세수트 여왕 오벨리스크는 광장으로 옮겨서 세워 놓았다. 오벨리스크는 나일강이 범람할 때 펠루카에 싣고 와서 황소로 여기까지 이동한 후 모래 절벽을 쌓고 피라미드 부분을 끈에 묶고 절벽에서 끈을 당겨 세운 후 모래 벽을 제거하여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새로 세워진 합세수트 오벨리스크 옆에는 다산과 풍작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쇠똥구리 굴리는 모습의 스카라베 조각상이 있다. 스카라베 상을 7번 돌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쇠똥구리 주위를 돈다. 

 

다산과 풍작을 기원하는 스카라베 상

 

 

카르낙 신전을 다 둘러본 후 마차를 타고 석양에 물들어가는 룩소르의 시가지와 재래시장을 구석구석 누빈다. 시장 골목은 우리네 전통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마차는 복잡한 시장 골목을 비집고 들어간다. 이윽고 나일강 옆에서 아름다운 조명을 밝히고 있는 룩소르 신전에 도착한다.

 

룩소르 시내와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마차 투어

 

 

-룩소르 신전

룩소르 신전은 카르낙 신전의 부속 신전으로 기원전 1500년대 파라오였던 아멘호프 3세가 건립했으나 기원전 1200년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가 증축했다고 한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 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을 들게 한다.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연결하는 약 2.7㎞의 도로는 '스핑크스의 길'로 불리며 나일강 범람 시기에 아문신과 아문 신의 자식으로 여겨지는 파라오의 번영을 기원하는 '오페트 축제'(Opet Festival)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북쪽의 카르낙 신전으로 통하는 길이 2.7km 폭 76m의 '스핑크스의 길'

 

 

룩소르 신전은 태양신 아몬을 위한 신전으로, 길이가 180~200m, 폭이 40~70m이다. 정문 외벽에는 람세스 2세가 힛타이트족을 물리친 카데시전투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입구에는 25m 높이의 오벨리스크와 6개의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다. 오벨리스크는 원래 2개였는데 투르크의 알리 총독이 프랑스의 대형 시계와 교환하여 자기 모스크 안에 설치하는 바람에 프랑스로 팔려간 오벨리스크는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홀로 서 있다.

 

은은한 조명에 물든 룩소르 신전 입구

 

 

탑문 안쪽에 있는 광장에는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가 나오는데 의자에는 히타이트 제국과 벌인 카데시 전투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룩소르 신전의 많은 석상들은 람세스 2세가 세운 것이다. 30세에 파라오에 즉위한 그는 67년간 이집트를 지배하며 이집트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룩소르 신전의 규모는 카르낙에 뒤져도 고대 도시 테베의 랜드마크 답게 람세스 왕가가 일궈낸 고대 이집트의 영광을 대표한다. 

 

신전 안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아멘호텝 3세의 광장

 

 

람세스 2세 광장을 지나 열주 회랑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광장 왼쪽에 이슬람교를 룩소르로 데려온 책임을 맡았던 아부 알 하그가를 기념하기 위한 이슬람 모스크가 세워져 있다. 이집트 신전 내에 이슬람 사원이 생뚱맞기는 하지만 로마 시대에는 성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신전이 어떤 용도로 지어졌던 문명과 역사가 변화하면서 그에 맞게 다시 이용되고 재해석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역사의 한 페이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접목되어 그 깊이만큼 켜켜이 쌓이는 나이테처럼 세월의 흔적이 짙어진 느낌이다.

 

룩소르 신전 안에 있는 아부 할 하그가 모스크

 

 

신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벽에 새겨진 조각상과 그림들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신전을 짓고 증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아멘호테프 3세, 람세스 1세, 세티 1세, 람세스 2세의 그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후로도 로마인들과 기독교인들 또한 이 신전에 영향을 끼쳤다 하니 시대를 거쳐온 수천 년의 흔적들이 그대로 반영된 채 자리한다.

 

동행한 친구들과 신전에서 추억 남기기 

 

룩소르 신전은 마치 과거 연대기들로 가득한 역사책 같다. 카데슈 전투, 오페트 축제 등이 담겨 있고 거대한 사원 기둥들, 오벨리스크 등에서도 신화 같은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열주회랑과 아메노피스 3세 광장과 태양 광장을 지나니 조명 빛이 은은한 가운데 신전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신전을 나와 강가 언덕에 서니 룩소르 서안에서 본 모래색 빛 추억이 동안에 부는 바람을 타고 나일강으로 천천히 흩어진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2.11 10:33 수정 2023.02.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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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