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밤에 나도 모르게 팜팔로냐에서 약간의 모험을 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프랑크를 만나면서 모험은 시작되었다. 프랑크는 나를 미셀린 스타가 붙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이 고마운 초대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레스토랑은 저녁 9시가 되도록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내 마음속의 새로운 순례를 위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프랑크는 리히텐슈타인에서 온 재미있는 사람이다. 전날 저녁에 라라소냐의 숙소에서 12명을 위한 요리를 하면서 그를 만났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인간미 넘치는 젊은 부부인 제이드 그리고 죠지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었다. 프랑크는 맛있는 리오하 와인 여러 병을 테이블로 갖고 왔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는 얼떨떨하게 술이 덜 깬 사람들이 많았다.
팜팔로냐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프랑크에 대해 좀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발과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들이 만든 회사의 이사로 있다가 최근에 퇴임했다. 내 방 벽에는 아마도 그의 회사 소장품 중 하나였던 어느 한국인 예술가가 그린 그림이 하나 붙어 있었다. 그것은 오래전에 어머니가 내게 준 것이다.
그는 62세이며 두 가지 암에 걸렸으나 살아남았다. 그는 매일 10kg이나 되는 세탁비누 봉지를 배낭에 넣고 산을 달려 오르면서 믿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그는 와인을 수집한다고 했다. 내가 와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지 알 것이다. 그는 7,000병 이상의 이탈리아산 매그넘 와인을 수집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 와인을 위해 꿈같은 저장고를 만들었다. 거기에는 12명의 손님을 초대하여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오, 맙소사!
이처럼 꿈같은 저녁을 보내고 나서 내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상상해 보시라.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더니 성채 같은 커다란 문은 굳게 닫혀있고, 11시에 문을 닫는다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옆방에 있는 제이드와 죠지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내 휴대폰 배터리마저 나가버렸다.
나는 팜팔로냐에서 철저하게 혼자 빈손으로 남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를 생각했다. 나는 그 레스토랑으로 다시 가서 주인에게 “나는 순례자이며 내 숙소 문이 잠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도 좋으니 작은 침대만 하나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들은 너무나 친절했고 돈도 받지 않았다. 내 사랑 스페인! 순례길 만세!
이상하게도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다. 밤새 뒤척거리며 오지 않는 잠과 씨름했다. 도무지 시간을 알 방법이 없었다. 방에는 창문도 없고 내 휴대폰은 꺼진지 오래였다. 새벽 4시에 바깥에서 방황하지 않으려면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일어났을 때 해는 중천에 떠있고 벌써 8시 35분인 것을 보고는 너무 놀랐다. 내 안의 새로운 순례에서 또 늦었다. 숙소는 완전히 비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6시에 일어나 7시쯤 떠났다고 했다.
오직 걷기만 했다. 그렇게 19km 정도 갔을 때 뭔가 따라잡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루에 평균 25km 정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걸었다. 그러나 내 육체는 확실히 좀 덜 걷는 날에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오늘 날씨는 찬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 위에 있었다. 아버지의 날을 축하하는 가족들, 연인들, 개와 함께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탄 사람이 늘어섰다. 국제적 순례행렬에 매혹당한 지역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가도 가도 지평선뿐인 탁 트인 경치가 나를 맞이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이 끝없는 지평선을 걷기 전에 나는 평화로운 숲속에서 자지러지는 새들의 노래가 들리던 숲 속 길을 걸었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찌나 청아하고 고왔던지 나는 그 소리를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녹음을 해 두었다.
어제의 통증은 이제 아킬레스건 쪽으로 옮겨졌다. 아마 내가 지금 순례길에서 제일가는 느림보임에 틀림없다. 오늘은 예외 없이 모두가 나를 앞질러 갔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