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나일강을 따라 떠나는 신화의 땅 이집트

이집트 여행의 마침표는 홍해 휴양지 후르가다에서

 

룩소르 나일 강가에 정박 중인 크루즈에서 새벽에 하선하여 홍해의 휴양지 후르가다로 출발한다. 룩소르 서안에 있는 왕가의 계곡 산줄기는 나일강과 카이로로 가는 기찻길을 따라 카이로와 사파가로 갈라지는 작은 마을 퀴나까지 이어진다. 퀴나로 가던 도중에 홍해로부터 솟아오른 태양이 황토색 사막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버스는 퀴나에서 후르가다를 가기 위해 나일강과 기찻길을 버리고 홍해 쪽으로 길을 잡는다. 여기서부터 홍해가 나오는 사카라까지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후르가다로 가는 도중에 만난 사막의 여명

 

황량한 불모의 땅 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마침 근처에 사는 베두인 소녀들이 당나귀를 끌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당나귀와 기념사진을 찍은 관광객들에게 수줍게 1달러를 받아가는 소녀들 눈망울이 생각보다 맑고 잔잔하다. 이윽고 거친 사막이 끝나는 곳에 사카라가 보이면서 그 너머로 홍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 마을 자파라나의 휴게소에서 만난 베두인 소녀들

 

사카라에서 홍해를 따라 북상하는 도로의 황량한 벌판에 길게 이어진 수천 개의 풍력발전기가 장관이다. 이어서 사막 한가운데 바닷가에 멋들어진 리조트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룩소르에서 4시간여 걸려 후르가다로 들어서면서 혹성 탈출이 끝나는 순간이다.

 

마치 외계의 혹성을 연상하게 하는 불모의 사막

 

하얀색 드넓은 사막이 푸른 바다와 만나는 해안가에는 리조트들이 가득하다. 리조트 안쪽은 열대 야자수와 푸른 바다, 바깥은 뜨거운 백색 사막, 이 얼마나 극명한 대조적 아름다움인가. 4 시간 만에 목격하는 수 천 년 문명의 간극에 여행자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지금껏 보아온 5 천년 고도와는 달리 오로지 현대인들의 욕망으로 사막 위에 세워진 휴양도시 후르가다는 수에즈만 건너에 있는 다합과 함께 해양 레저와 스포츠의 천국이다. 수도 카이로와 고대 도시 룩소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도시는 최근에 홍해를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도시들과 함께 전통도시에만 매달리던 과거 이집트에서 벗어나려는 야심 찬 도전이기도 하다. 

 

홍해 너머는 사우디아라비아 땅이다.

 

이름과 달리 홍해 바다는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인다. 홍해는 투명도가 30m에 이를 만큼 많은 물을 자랑한다. 홍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닷속 해조들로 물빛이 붉은빛을 띠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륙 깊이 자리해 파도가 높지 않고 연중 변화가 거의 없는 따뜻한 기후 그리고 쾌적한 날씨, 산호초와 해양생물이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탓으로 천혜의 휴양지와 수상 레저 스포츠의 낙원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주로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과 러시아, 아랍권 관광객이 많은 편이라고 하는데 휴양객 중에는 전통 이슬람 복장을 한 여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후르가다의 홍해 해안

 

숙소인 ′스위스 인 리조트(Swiss in resort)′는 5성급으로 2인 25만 원 정도 내면 1박 2일 동안 객실, 수영장, 카페, 라운지 사우나 등 리조트 내 시설 이용과 식음료, 뷔페, 주류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All inclusive service)를 제공한다. 원래 이집트는 아랍문화권으로 술에 대해 매우 엄격하지만 후르가다는 다르다. 

 

후르가다의 리조트들은 대부분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비치 체어에 누우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에메랄드빛 홍해 바다를 온전히 즐기면서 여유로운 풍경에 흠뻑 빠져도 시간은 느리게 간다. 좀 더 액티브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리조트 리셉션에서 낙타를 타고 기암괴석의 광야를 투어하는 사막 사파리를 신청하거나 리조트 내에 있는 스포츠 숍에서 스킨 스쿠버나 스노쿨링, 패러글라이딩 등을 신청하면 된다. 후르가다에는 한국인 다이버 강사들이 운영하는 다이버 숍도 있어 1~2일 체험형 코스로 홍해의 바닷속을 여행해 보는 것도 좋다.

 

리조트 내에 있는 프라이빗 비치

 

후르가다가 여행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단지 홍해 바다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리조트 내에 있는 여러 개의 레스토랑에서는 전 세계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고, 댄스 공연장에서는 밤이 되면 수영복을 벗고 빛나는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외지인들이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긴다. 양탄자가 깔린 노천 바에서 즐기는 물담배 '시샤'와 이집트 맥주 '스텔라' 까지 곁들이면 마침내 후르가다의 밤이 완성된다. 그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고대문명을 찾아다니면서 쌓였던 여독은 어느 순간 일렁이는 물결에 실려 홍해로 사라진다.

 

리조트 내 댄스 공연장

 

이집트는 태생적으로 우리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시간상으로는 수 천 년의 공백이 있고 공간도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다. 시공간적으로 가장 먼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문화가 다른 문화권에 비해 문화적 저변이 상당히 넓기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져 이집트 여행 내내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여행이 주는 에너지를 잔뜩 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의 반복을 견디기 힘들어서이다. 하지만 여행의 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시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남을 갈망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그 일상을 받아들일 새로운 힘이 생긴다. 이번 이집트 여행이 빡센 일정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일상이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 같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2.27 10:14 수정 2023.02.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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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