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필통 속으로

이영희

 

필통 속으로 

 

 

도움반 교실

연필은 개구 손에 잡혀 

공책 위에 삐뚤빼뚤 글씨를 썼다.

 

-아머니

손에 쥔 연필을 놓고

아차, 머리 위로 손을 올려 긁적긁적

필통에서 지우개를 꺼내더니

 

“아”를 지우고 

“어”머니로 다시 고쳐 썼다.

 

-잘 했어요. 오늘은 이만!

선생님 말씀에

개구는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다.

찌푸린 얼굴 지우고

갑자기 싱글벙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연필과 지우개를 후다닥

필통 속으로 넣었다.

 

[이영희]

계간 『문예창작』 편집 차장. 

계간 『문예창작』 시 등단(2020).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문학석사). 

현재 강원도 원주에서 어린이들에게 독서논술 지도.

작성 2023.03.20 09:20 수정 2023.03.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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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