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생명은 봄에 찬란하다. 찬란하다 못해 처연하다. 봄의 천국 오곡도로 봄사냥을 나섰다. 봄비가 내리고 섬이 젖고 바다가 젖는다. 사람이 젖고 동물도 젖는다. 봄비는 만물에게 생명수를 내려준다. 어찌 이 봄을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섬이 봄의 풍경으로 빛나고 바다가 물고기들의 춤으로 빛나는 시절, 삼월의 오곡도는 지금 울쑥불쑥 생명의 소리로 야단이다.
갓 태어난 아기염소를 보고 있으면 한번 쓰다듬고 싶어 괜히 마음이 근질근질해진다. 이 연약한 생명은 봄에 태어났고 봄은 아기염소의 눈빛으로 빛을 발한다. 아기염소야 인간을 위해 네 몸을 희생하지 마라. 서울에서 온 여편네들이 중탕을 주문하면 저 섬 꼭대기로 도망쳐라. 넌 이 섬의 주인이며 이 바다가 너를 지켜줄 수호신이다.
봄의 섬, 오곡도에 왔으니 봄맞이 막걸리도 한 잔해야 한다. “봄아 네가 아무리 아름다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막걸리 사 먹지”라며 허세를 부려도 좋은 봄이다. 사람들 없어 심심한 섬에 봄비가 내리고 생명이 움트고 아기염소가 쑥쑥 자라나는데 막걸리 한잔하면서 봄을 찬양하자. 섬을 찬양하고 아기염소의 안녕을 기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