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수양버들 춤추는’ 경복궁에서 만난 봄은 찬란하다 못해 찬연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아파트 속에 묻혀 버렸지만 꽃피는 경복궁에서 고향의 꽃을 만나본다. 도심 속의 꽃대궐에는 지금 봄잔치가 한창이다.
오백 년 전의 왕도 이 봄을 보고 즐겼을 것이고 현재의 나도 이 봄을 즐기며 같은 시간을 향유한다. 봄이 와서 신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봄축제에 몰려와 한바탕 신나게 축제를 즐기고 있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 청둥오리와 원앙도 짝을 지어 사랑을 나누고 겨우내 땅속에서 기운을 축적한 온갖 생명들이 용수철처럼 대지를 뚫고 나와 ‘나 여기 있어요’라며 자신들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기 바쁘다.
어찌 방구석 봄놀이만 해대겠는가. 무거운 옷 훌훌 벗어던지고 경복궁으로 꽃 마중 가자. 진달래 복사꽃이 붉은 연지를 바르고 우리를 유혹한다. 사는게 별거 있겠는가 봄이면 꽃구경하고 여름이면 물구경 가고 겨울이면 단풍구경 가고 겨울이면 눈구경 가면서 허허로운 인생 달래며 사는 게 아니던가. 이 봄이 우릴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