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전철 타고 떠나는 봄날의 여행지 5

여계봉 선임기자

 

 

 테마 넘치는 영종도 백련산 건강백년길 

 

 

물에 떠 있어야만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적적한 풍경을 찾아가는 길에는 운치가 있다. 수도권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가장 접근하기 쉬운 섬이 영종도다. 영종도 하면 백운산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백운산과 마주 보고 있는 작지만 테마가 다양한 백련산도 있다. 공항철도 운서역 1번 출구로 나와 영종 둘레길 안내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련산 등산로가 나온다. 배수지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도로를 버리고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백련산 둘레길이 시작된다. 

 

백련산 전망대에 서면 서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편안한 숲길을 따라가면 너른 공터에 배수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난 산길은 울창한 참나무 숲길인데 걷기 좋은 흙길이다. 걷기 편한, 걷기 너무 좋은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산책길이자 트레킹 길이다.

 

백련산 건강백년길 안내판  

 

정상석이 따로 없는 백련산은 낮은 산이지만 정상은 좁지 않고 여유롭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오솔길로 별로 특징이 없는 산길이지만 하산길에 볼 만한 비경이 숨겨져 있다. 완만하게 올라온 대신 하산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시작되지만 매트가 깔려있고 난간 줄도 설치되어 있어 산행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백련산에 얹힌 사연이 적혀 있는 정상의 정자

 

난간 줄을 따라 내리막 구간을 지나 내려오면 다시 완만한 숲속 오솔길로 이어지고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운서동 행정복지센터 쪽으로 길을 잡는다. 숲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 전망대에 이르는 산길은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명품 산책로라고 할 수 있지만 2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막힘이 없고 환상적이다. 한낮의 푸른 하늘이 반사되는 서해 갯벌과 시도, 모도, 강화도까지 조망되는 아름다운 오션 뷰에 황홀한 낙조 풍경까지 더해지는 곳이니 한마디로 뷰 맛집인 셈이다. 

 

백련산 전망대. 백련산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생태공원의 연꽃단지가 나온다. 생태공원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가면 평화의 숲과 건강 백 년 길의 출발점이 나온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빼곡한 평화의 숲길,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진 숲속 터널길,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마치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보석 같은 산책길 3.5km가 세계평화의 숲까지 이어진다. 

 

생태공원 안에 조성된 연꽃단지

 

숲길을 걷다가 바다가 보고 싶으면 해안 고속도로를 건너가는 육교를 건너가면 된다. 잘 꾸며진 아파트 베란다 같은 느낌의 육교 끝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서 서해의 삼형제섬인 신도, 시도, 모도와 장봉도를 바라보면서 따라 가본다. 

 

건강백년길에서 바다로 나가는 육교 

 

바다에는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영종과 신도를 연결하는 연육교인 신도대교 공사가 한창이다. 적막한 바닷가에서 갯바람에 파노라마처럼 일렁이는 파도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음결도 어느새 푸른 바다에 깊게 젖어 든다.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가르며 유영하는 조각배가 아득히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육교를 지나 건강백년길로 돌아온다.

 

삼목항 앞바다는 신도대교 공사가 한창이다.

 

연꽃단지에서 세계평화의 숲으로 이어지는 건강백년길은 걷기 편한 흙길, 맨발로 걸어도 좋은 길, 완만한 내리막길, 호젓한 숲길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가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세계평화의 숲이 특별한 이유는 숲, 습지, 동물 등의 다양한 생태 환경을 조성하여 서해의 소금 바람을 막고 공항로의 먼지와 소금기를 차단함으로써 도시인들의 진정한 힐링 공간으로 거듭나게 했다는 것이다.

 

벚꽃이 한창인 건강백년길

 

본격적인 벚꽃이 시작된다. 운이 좋으면 한적할 때 지나가는 고라니도 만날 수 있다. 버섯 모양의 지붕을 한 두드림 학습관은 1년 내내 주민을 위한 숲속 강연이 있는 곳이다. 두드림 학습관 옆에는 넓은 잔디밭 광장이 있는데 주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숲속 도서관을 지나면 바다 쪽으로 난 길은 호수와 연결된다. 유수지 용도로 만들어진 호수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망원경을 통해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세계평화의 숲 잔디광장

 

유수지를 지나서 산책로 아래에 난 지하 통로를 통하여 또 다른 분위기의 벚꽃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약 1km 정도 걸어가면 롯데마트와 생활 근린시설이 나오고 이어서 여행 출발점인 운서역이다. 백련산과 건강백년길을 함께 여유롭게 걸으면 2시간 반, 건강백년길만 부지런히 걷는다면 1시간 남짓 걸린다. 

 

철새를 조망할 수 있는 유수지 호수

 

그리운 풍경을 찾아서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 모른다. 이번 주말에는 전철을 타고 가까운 영종도로 떠나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숲속에서 봄날을 만끽해 보자.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4.08 11:21 수정 2023.04.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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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