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경복궁에 꼬부랑 할미꽃도 살짝 피어나자 젊고 화사한 복사꽃도 따라 피었다. 말이 할미꽃이지 자세히 속살을 들여다보면 검붉은 정열이 꿈틀댄다. 일시에 핀 벚꽃은 미친 바람에 낙화로 쓰러졌는데, 고개 숙인 할미꽃은 건재하다.
할미꽃의 슬픔만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양지바른 곳에 핀 할미꽃을 보며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제 생명의 몫을 다해 피어 우리에게 봄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이다.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싹 날 때에 늙었나 호호백발 할미꽃
천만 가지 꽃 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가시 돋고 등 굽은 할미꽃이 되었나
이렇게 무르익은 봄날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제아무리 위대한 왕도 경복궁에서 봄꽃을 백번 이상 본 사람은 없다. 꽃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있을 때 사랑하고 함께 즐겨야 한다. 모두가 순간이다. 경복궁 할미꽃이 늙어 죽기 전에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향기도 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