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천상의 꽃 대궐, 강진 남미륵사

여계봉 선임기자

 

남도 답사 1번지 전남 강진에 꽃구름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강진에 있는 미륵대종 총본산 남미륵사의 일주문에 들어서니 꽃향기가 비등한다. 꽃향기에는 주인이 없다. 경내는 연분홍, 빨강 꽃으로 물들어 그야말로 꽃 천지를 연출하고 있다. 연한 홍자색으로 피어나 완연한 봄기운을 돋우는 서부 해당화에 이어 천만 그루의 철쭉까지 색을 더하니 강진 남미륵사는 지금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꽃 세상이다. 

 

서부 해당화가 홍자색 꽃망울을 활짝 터트려 꽃 대궐을 이루고 있다.

 

강진의 동쪽 끝 화방산 자락에 자리한 남미륵사는 법흥 스님이 1980년에 창건했다. 법흥 스님이 40여 년 동안 불사를 중창하면서 꽃과 나무로 사찰 안팎을 가꾸어 현재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백화난만(百花爛漫) 세상을 이루었다. 일주문에서 경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1,000만 그루의 철쭉과 200만 그루의 서부 해당화가 함께 피어나 꽃 잔치를 펼친다. 중국에서 들여온 서부 해당화는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피는 해당화와는 다르다. 꽃이 마치 실처럼 늘어져 피는 것 같아 수사 해당화라고도 불리며, 짧은 가지 끝에 연분홍 꽃이 매혹적인데 꽃사과 나무를 개량하여 육성되었다고 전해진다.

 

만개한 철쭉들이 불탑을 수호하듯 두르고 있다. 

 

꽃피는 봄날에는 산사 가는 길은 그윽하고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남미륵사 일주문에서부터 경내에 이르는 길에는 500 나한상이 배치되어 있다. 이밖에도 대웅전, 사왕전, 33관음전, 만불전, 천불전, 팔각 13층 석탑 등 아름다운 불사는 절집 아래 마을 경관과도 잘 어우러져 국내외에서 불자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사계절 구분 없이 찾고 있다. 

 

 

남미륵사의 코끼리상

 

어엿한 암자는 봄 햇살처럼 밝고 맑다. 이곳의 풍광이 참으로 유현하여 입이 딱 벌어진다. 누구라도 꽃을 보면 닫혔던 마음이 꽃잎처럼 절로 열린다. 그러고 보면 사람마다 불성(佛性)이 있다는 부처님 말씀은 틀림없는 진리다. 꽃 이름을 모르면 어떠리. 태초에 무슨 이름이 있었더냐. 이름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의 그림자일 뿐. 

 

화방산 산자락의 남미륵사

 

아침 햇살에 천만 그루의 꽃나무가 출렁거리는 숲속, 거기에 안긴 암자가 마치 천상의 화원에 떠 있는 조각배 같다. 암자로 쏟아지는 햇살까지 황홀하니 그 속에 든 중생들은 몸은 사바세계에, 마음은 극락세계에 머문다. 남미륵사에는 동양 최대 아미타 부처가 있다. 철쭉 사이로 난 계단 끝에 부처님이 철부지 세상 사람들을 인자한 모습으로 굽어보고 있다. 봄바람처럼 훈훈한 하심(下心)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남미륵사의 동양 최대 아미타 부처 

 

법당으로 들어서는 문은 부처님을 친견하는 성전이자, 색계와 무색계의 경계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법당문에 아름다운 꽃문양을 새겨넣어 부처님에게 존경을 표했다. 연꽃과 모란, 매화 등을 투각(透刻)해 궁극의 만다라를 표상한 것인데 이를 공화(供華)라 한다. 꽃살문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고 사랑이 된다. 남미륵사 경내에 핀 수백만 꽃송이들이 바로 절집 꽃살문에 새겨진 공화다. 

 

꽃비 내리는 남미륵사 숲길

 

산사에 부는 산들바람에 여린 꽃들이 흔들리는 소리, 마음의 티끌을 씻어주는 풍경 소리, 가물가물 들려오는 목탁 소리, 이런저런 소리가 기분 좋게 귓전에 머물다 간다. 이런 꽃길을 걸으며 마음이 열리지 않을 이, 행복을 느끼지 않을 이 있을까. 남미륵사 법당 앞은 이제 철쭉과 영산홍이 절절히 붉어간다. 경내는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부처다. 남도의 봄은 이제 그 정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

 

친구야, 강진 남미륵사로 꽃구경 가자. 산사에 핀 수백만 송이 공화(供華)와 부처의 가피(加被)가 삶을 더 맛깔스럽게 해 주리니.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4.18 10:16 수정 2023.04.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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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