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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나는 못이다
태어날 때부터 뾰족해
늘 머리를 맞으면서도
나는 세상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어떤 세상은 너무나 단단해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때때로 허리가 구부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으므로
굽은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세상을 걸었다
서로 다른 세상이 어긋나지 않게 맞춰지도록
맞춰진 세상이 다시 어긋나지 않도록
나는 보이지 않게
세상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갔다

[이창건]
1951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나
1981년 한국아동문학에
어머니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와
『풀씨를 위해』 『소년과 연』 『소망』
『씨앗』 『사과나무의 우화』 등을 내고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소천 아동문학상,
윤석중 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