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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잔병의 귀향
신발끈을 다지고 기운차게 떠나면
아침의 해는 찬란하였다
어깨를 누르는 배낭끈도 미더웠고
잔뜩 조인 허리띠로도 자신이 넘쳐났는데
발맞춰 걷던 동행은 어데 가 있는가
캄캄한 밤길을 뒤뚝거리며 되돌아오는 나는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아니 패자가 더 많다
축 처진 어깨며 온몸에 시커먼 멍이 들고
패용한 등짐이 망가지고 떨어져 나가
마음도 몹시 구겨졌다
작게 아주 작게 줄어든
미물로
실의에 빠져 힘없이 돌아온다
지척을 가눌 수 없는
오늘 밤엔 달도 별도 없구나
가족들을 어떻게 바라보냐
어제도 걸었던 가족들의 풀기 없는 표정을
바로 대할 면목조차 없다
‘내일’이란 단어가 먼지처럼
머릿속으로 떠다닌다
가자, 가자 이대로 멀리
억겁의 행성으로
홀로 날아가 버리자
[장윤우]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겨울동양화’ 등 13권
서울대 미술대 대학원 졸업
성신여대 명예교수
성신여대 대학원장
산업미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