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패잔병의 귀향

장윤우

사진=코스미안뉴스

 

패잔병의 귀향

 

 

신발끈을 다지고 기운차게 떠나면

아침의 해는 찬란하였다

어깨를 누르는 배낭끈도 미더웠고

잔뜩 조인 허리띠로도 자신이 넘쳐났는데

발맞춰 걷던 동행은 어데 가 있는가

캄캄한 밤길을 뒤뚝거리며 되돌아오는 나는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아니 패자가 더 많다

축 처진 어깨며 온몸에 시커먼 멍이 들고

패용한 등짐이 망가지고 떨어져 나가

마음도 몹시 구겨졌다

 

작게 아주 작게 줄어든

미물로

실의에 빠져 힘없이 돌아온다

지척을 가눌 수 없는

오늘 밤엔 달도 별도 없구나

가족들을 어떻게 바라보냐

어제도 걸었던 가족들의 풀기 없는 표정을

바로 대할 면목조차 없다

 

‘내일’이란 단어가 먼지처럼

머릿속으로 떠다닌다

가자, 가자 이대로 멀리

억겁의 행성으로

홀로 날아가 버리자

 

[장윤우]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겨울동양화’ 등 13권

서울대 미술대 대학원 졸업

성신여대 명예교수

성신여대 대학원장

산업미술연구소장

작성 2023.05.26 09:41 수정 2023.05.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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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