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팔베개
그때, 가장 먼저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가
바로 너라는 것을 알았어
아빠에게 꾸지람을 들은 날
집안의 모든 눈빛들이
다 냉랭해진 날
그냥 나 혼자 싸늘해져서
울컥한 마음을 보듬고
방바닥에 드러 누우면
참았던 눈물이 막 흘러내리고
내 편은 아무도 없었지
그러나 팔 하나를 들어
가만히 머리 아래에 갖다 놓고
눈을 감으면
쿵쿵거리던 가슴이 서서히 가라앉고
차가웠던 서러움도
어느새 팔베개를 베고 누워
스르르 잠이 들기 시작하였으니까.

[조기호]
1984《광주일보》, 1990《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제5회 열린 아동문학상 수상,
동시집 『숨은 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2016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 『뻥 뚫어주고 싶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