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첫날밤

오상순 (1894 - 1963)




첫날밤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져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다 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생모 현빈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 간다.




[오상순] 서울 출신.  호는 공초(). 『폐허()』 창간호에서는 성해()라는 필명을 쓰기도 하였다. 


서문강 기자
작성 2019.04.24 09:27 수정 2019.04.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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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