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은비령엔 그가 산다

전승선

사진 = 은비령 가는 길




산은 길을 덮었다.

푸른 안개가 계절에 옷을 입히면 

숲이 열리는 소리에 

내려와 잠든 별들이 달아나 버린다.

빈 가방 속에 숨어 나를 따라온 

슬픔의 언어들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숲 속에 숨는다.

가지마다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에 

인연의 옷이 하나하나 벗겨지고 

몸 속 감옥 담장이 허물어진다.


하얀 마음을 손수건처럼 펼쳐 논 산기슭에 

그의 눈물이 이슬처럼 내리고

산과 산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의 미명에 나는 묻혀버리고 만다.


낡은 세상에 이름만 남겨두고 

먼지 쌓인 세월을 털어내며 걸어온 길 

계곡은 깊어 삶을 잊기에 알맞다.

낯선 울음소리에 깨어난 숲이 

먼 산의 어깨를 흔들면 

마지막 아침이 오늘이라 해도 좋겠다.


아파할 사랑 없는 생애가 부끄러울 뿐 

시들시들 말라가는 시간의 저편을 떠나보내고 

남루함 덮어줄 그리움마저 묻어 버린다.

이제 불타는 숲의 산문을 걸어 잠그고 

은비령의 그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를 

마저 부르리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4.29 08:59 수정 2019.04.29 08:5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산책길
우린 모두 하나
전통
전통
하늘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전통복장
전통의 힘
여군
[ECO IN - TV] 20250605 세계환경의 날 지구살리기+나무심..
[ECO IN - TV] 2024 환경공헌대상 초대 도션제 회장 #sho..
ai한연자시니어크리에이터 빛나는 인생마실 #한연자 #ai한연자 #시니어크..
여름은 춤
2025년 8월 1일
전통의상
2025년 8월 1일
군인제기차기
홍천강 맥주축제
암환자의 체중관리. 유활도/유활의학
사슴벌레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