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이름 바꾸기

김태식

얼마 전에 자신의 이름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해서 바꾸면 법원이 기각한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고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꾸는 사람도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누구나 태어나면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고 모든 사람들은 그 이름을 불러준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불리어야 할 이름인지라 뜻이 있어야 하고 부르기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에는 아름다운 한글이름도 많다.  

 

하지만 좋은 뜻으로 집안 어른이 작명作名을 해 주셨는데도 성姓 때문에 이상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또한 이처럼 소중한 이름이 얼토당토않은 이름으로 호적에 올라 있다면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정부에서는 개명改名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해 준 것이 제법 오래되었다.

 

나의 아내는 30년 가까이 이름 때문에 속상해하면서 살다가 정식절차를 밟아 본래의 이름을 찾았다. 본래 이름의 끝 글자는 ‘진실로 윤允’ 이었는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교에 제출할 주민등록등본을 떼니 끝 글자가 아들 자子로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집안 어른께서 진실로 예쁘게 성장하라는 뜻으로 미윤美允이라고 지어주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미자美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호적등본을 확인하고 시골의 본적지에 대조해도 이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호적등본과 초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중학교까지 ‘미윤’으로 되어 있는 졸업장을 제시해도 하는 수 없다고 했단다. 언젠가 관청에서 전산화 작업을 하면서 잘못 기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사춘기 시절에 울며불며 내 이름을 되돌려 달라고 애원해도 까다로운 법적인 절차만 있을 뿐이었다. 

 

내 아내의 경우는 개명이 아니라 환명還名이 맞을 듯하다. 단순히 이름이 어감이 좋지 않고 부르기가 나빠서 고친 것이 아니고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의 이름과 중학교 때의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법원에 제출하니 이번에는 간단한 서류접수로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되었다. 

 

친절한 법원 직원께서는 이러한 경우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공무원의 행정착오로 보이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하려면 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름만 찾으면 되었지 손해배상은 뭐냐면서 되찾은 이름만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다. 15일 후 개명이 완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난 날로부터 불편함과 복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30여 년을 사용했던 이름이 바뀌니 호적등본을 비롯하여 주민등록등본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문서는 자동으로 변경이 되지만 그 외의 개인적인 서류는 본인이 직접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근무하는 직장을 시작으로 의료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등...... 

 

심지어 공공도서관의 책 대여카드까지 바뀐 이름으로 되어 있는 주민등록등본을 일일이 가져가서 바꿔야 했다. 얼마나 번거롭고 불편하든지 지금 생각하면 되찾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7.04 09:50 수정 2023.07.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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