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마르메드에서 우리와 숙소를 함께 쓴 키가 껑충하고 다정한 네덜란드 친구들은 알람이 꺼졌는데도 일어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맨 꼭대기 침대에서 그들은 마치 가젤처럼 힘차게 박차고 일어났다.
나는 아주 곤히 잤다. 그러나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가야하는 여정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지난 9개월 동안 시달린 불면증을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밤에는 글을 쓰기 위해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지냈다.
우리는 8개의 복층식 침대가 있는 넓은 방에 묵었고 오늘 밤에는 그 중에 7개가 손님으로 찼다. 욕실도 아주 쾌적했다. 몸을 씻기가 아주 쉬웠다. 최고 수준임을 느꼈다. 아침은 각자가 알아서 먹는데, 토스트와 버터였다. 집에서 만든 고추와 마늘 기름을 잘 모르고 토스트에 발라 먹었더니 견딜 수 없었다.
오늘은 30km 이상을 걷기로 했다. 햇볕은 빛났다. 우리는 환상적인 산 메르메드에서 요가를 하고 햇볕을 쬐고 세탁도 하고 좋은 음식에 포도주와 게임을 즐기며 깨끗한 시설에서 머문 후 다시 활기를 찾았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아 그런데 막 출발하기 전에 나의 무릎 통증이 재발되어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다시 나의 황새 몸짓을 시작했고, 다리 하나로 서서 경련을 줄이기 위해 천천히 발목을 돌렸다. 그날은 아주 느리게 출발하였다.
첫 번째 휴식은 사리아 외곽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에서 취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물품을 채워 넣었다. 나의 특수 처방은 신맛이 나는 젤리 사탕 하리보 탕파스틱스 한 봉지였다.
하리보 탕파스틱스 사탕은 남편 고든과 내가 즐겼던 달콤한 사탕으로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이다. 만일 나보다 이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면 정말 좋겠다. 고든 역시 두 배로 빨리 먹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아주 삼켜버리며 서로를 보고는 깔깔 웃곤 했었다.
그러나 그의 암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단 것이 암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고는 강제로 모든 하리보 탕파스틱스 사탕 먹는 것을 중단했었다. 나는 남편 고든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하리보 탕파스틱스 사탕을 한 알 먹었다. 어디선가 그의 향기가 밀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남편 고든이 떠나고 나서 하리보 탕파스틱스 사탕을 마지막으로 산 것은 족히 일 년이 넘었다. 나는 바로 봉지를 다 뜯어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 상점을 떠나기 전에 다 먹어버렸다.
우리는 사리아에 제법 머물며 커피를 마시고 신선한 오렌지 주스도 마셨다. 이상하게 생긴 움푹한 가우디 모양의 기념품 앞을 지나치면서 안으로 올라가 보려다가 그냥 멈췄다. 이상한 기운이 우리를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날 처음으로 이 사원에서 멈췄다.
시내에는 우리가 알아볼 수 없는 순례자들로 붐볐다. 순례자로서 지금까지 길 위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랬다. 그러나 순례자들은 이곳 사리아에서도 순례여행에 동참할 수 있어 숫자는 눈에 띄게 늘었으며 아마 열배는 더 되어 보였다. 또 다른 이유는 오늘 가는 길에 순례여권에 두 개의 스탬프 도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수많은 순례자들의 행렬이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는 그들을 ‘시간제 순례자’라고 이름 붙이며 출발을 했다. 그들은 금세 구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가벼운 배낭을 메거나 아예 빈손으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 옷차림도 달랐다. 그들은 단체 관광객들이었으며 대학생 그룹과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짜증나는 것은 모든 카페와 휴식 장소, 심지어 숙소까지 ‘시간제 순례자’들로 꽉 차버린 것이다.
오늘의 기쁨은 그레이엄 바 씨의 보석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100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곳을 통과할 것이다. 그 곳은 나의 첫 번째 수수께끼인 ‘당신은 호두다!’라는 말과 함께 그레이엄 바 씨의 사진이 담 너머 이정표를 가리키는 곳이다. 이정표의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매 1km 간격으로 있었다. 어떤 곳에는 0.5km 마다 있기도 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100km 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수 킬로미터 직전이 내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접근해 갈수록 그레이엄 바 씨가 사오 일 전에 두고 간 나의 호두가 아직 거기 있을지에 대한 추측은 더해갔다. 나는 그레이엄 바 씨가 사진에 힌트를 준 그곳에서 호두를 찾아낼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 기뻤다. 그 사진에는 “행운을 빕니다. 수아! 그레이엄 바~~”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