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연꽃의 계절이 왔다. 도심 속의 생태섬이라고 할 수 있는 고궁에 여름이 한창이다. 장마가 잠시 잦아들자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연꽃이 피었다. 연잎 그림자 사이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텃새가 되어버린 왜가리 한 마리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고기 사냥을 한다. 멋모르고 당하여 육신을 보시하는 저 고기는 왜가리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냉혹한 자연의 질서 앞에 부질없는 인간의 잣대를 대어 보지만 연꽃은 아무 일도 없는 양 찬란한 꽃을 피운다.
이곳 고궁에 자연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단조로울까. 저 연꽃과 왜가리를 보고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깔깔대는 소녀들이 있어 한여름의 경복궁은 더욱 아름답다. 한복을 빌려 입은 외국인들은 서울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란다. 경복궁은 찬란한 우리의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