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인간로드] 불가침의 존재 ‘진무 덴노’

전명희

나는 이천칠백여 년 전 인간 ‘진무 덴노’다. 나는 아버지 히코나기사타케우가야후키아에즈와 어머니 다마요리히메 사이에서 네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곳은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로 사람들은 순하고 먹을 것이 풍부한 곳이다. 자연은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그 자연에 기대 사는 사람들은 다툼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 땅은 천손이 강림한 신성한 곳이다.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가 이 땅으로 내려와 대대손손, 이 땅을 다스렸다. 

 

나는 15세 때 나는 황태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아히라츠히메와 결혼시켰다. 그리고 타기시미미와 키스미미를 낳았다. 천손 강림 이후 백칠십구만 이천사백칠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국 근처에만 살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었다. 동쪽에는 아름다운 땅이 있고 푸른 산맥이 있어 천하를 다스리기에 어울리는 곳이 있는데 이 땅을 정벌하고 싶었다. 나는 45세가 된 해에 히무카국의 다카치호노궁에 형제들을 모아서 이 땅을 정벌하러 가자고 권유했다. 형제들이 나의 말에 동조했다. 나는 정벌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진군했다. 드디어 동쪽 땅을 정벌하러 떠나는 기나긴 여행을 시작했다. 

 

나는 오쿠오카현을 떠나 오카다궁을 지났다. 그리고 히로시마현의 타케리궁을 거쳐 이듬해에 오카야마현의 오카야마시 타카시마궁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삼 년간 휴식을 취하며 군사와 무기를 재정비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군사들은 많이 지쳤고 무기 손실도 있었다. 군사들을 위로하고 축적된 피로를 풀어야 다시 진군할 수 있었다. 삼 년의 시간은 우리 군대에게 충분한 휴식이 되었고 무기를 재정비할 기회가 되었다. 삼 년이 지난 무오년이 되자 오사카 해안에 상륙했지만, 이곳의 큰 호족인 나가스네히코의 맹렬한 공격을 받아 후퇴하고 말았다. 이 공격으로 나의 맏형인 이츠세가 적이 쏜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태양신의 자손인 우리가 태양이 뜨는 땅을 공격한 것은 옳지 않다”

 

나는 군사들에게 이같이 명령을 내리고 후퇴했다. 다시 군대를 이끌고 와카야마현 오노미나토로 상륙하여 카마야마로 진군했다. 진군이 계속되자 적의 화살을 맞은 맏형 이츠세의 상처가 깊어져 결국 형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나는 슬픔을 꾹 참으며 형의 장례를 치렀다. 형을 잃은 슬픔을 가슴속에 묻고 쿠마노의 미와노무라에 도착했다. 눈앞에 너른 바다가 펼쳐졌다. 이 바다를 건너면 우리가 원하는 땅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나는 군사들에게 힘을 내자고 격려하며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바다 한가운데로 접어들자 갑자기 폭풍이 치기 시작했다. 폭풍은 점점 사나워지더니 우리를 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바다를 무사히 건널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폭풍은 바닷물을 발칵 뒤집어 놓더니 둘째형 이나히과 셋째형 미케이리를 삼켜버렸다. 나는 큰형, 작은형, 세째형까지 다 잃고 말았다. 그러나 형제를 잃은 슬픔을 슬퍼할 여력도 없이 이 바다를 건너야 했다. 

 

나는 군대를 이끌고 간신히 미에현 쿠마노시에 상륙했다. 쿠마노시 산중에 접어들자 갑자기 곰이 나타났다. 이 땅의 토지신이 곰의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토지신은 우리를 향해 독기를 내뿜었다. 그 독기를 마신 군사들이 모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당황하고 무서워서 멈칫하고 있는데 있는데 천계의 타카마노하라에서 타카미무스비신과 우리 조상의 5대조인 아마테라스가 타케미카즈치신을 원군으로 보내려 했지만, 타케미카즈치는 굳이 자기가 내려갈 필요가 없다면서 후츠노미타마를 내려보냈다. 

 

후츠노미타마의 검이 쿠마노의 호족 타카쿠라지의 창고 지붕을 뚫고 마루에 내리꽂혔다. 이튿날 아침 타카쿠라지가 검을 발견하고 나에게 진상하자마자 군사들이 독기에서 모두 회복되어 그 일대의 호족을 쳐부숴 나가며 계속 진군했다. 나와 군사들은 규슈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점이 많았다. 산속을 행군하면서 길을 잃어버리곤 했는데 이때마다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마귀가 나타나 우리 군대를 이끌어 주었다. 나는 군대를 독려해 요시노 우다로 진군했다. 

 

이 땅은 에우카시와 오토우카시라는 형제가 통치하는 땅인데 에우카시가 나를 초청해서 연회를 베풀 테니 참석하라는 권했다. 에우카시는 내가 들어서면 연회장 천정에서 칼이 떨어지도록 장치해 두었다. 이런 형의 파렴치한 행동을 보고 동생 오토우카시는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오토우카시의 도움을 받아 에우카시가 연회장에 맨 먼저 들어가도록 했다. 결국 이 연회장이 에우카시의 무덤이 되었다. 나는 드디어 우다를 정벌한 뒤 야마토까지 쳐들어가 맏형 이쓰세를 죽인 숙명의 라이벌 나가스네히코와 다시 전쟁을 벌였다. 

 

나의 군대와 나가스네히코의 군대는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길고 긴 원정에 지친 우리 군대는 밀리고 있었다. 나는 배수진을 친 뒤 최후의 진격을 각오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하늘에서 황금빛 독수리가 날아와 내가 쏘려고 하는 화살을 막았다. 그리고 독수리는 번갯불과도 같은 빛을 내리쳤다. 이 빛을 보고 나가스네히코의 군사들이 모두 눈이 멀어 전쟁도 잊은 채 도망쳐 버렸다. 나가스네히코의 부하 니기하야히가 나가스네히코의 머리를 베어서 땅에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그대로 우리 진영으로 향해 야마토의 지배권을 나에게 헌상했다.

 

나는 비로소 호노니니기로부터 대대로 이어온 숙원인 국토통일의 꿈을 이루어냈다. 나는 오십 두 살이 되던 해에 가시하라궁에서 즉위식을 거행하여 천황의 자리에 올랐다. 백성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며 재위 76년에 생을 마감했다. 내 나이 127세였다. 나는 일본의 초대 천황이 되었다. 전설의 주인공이자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3.07.24 11:58 수정 2023.07.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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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