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동남아시아 신부新婦

김태식

우리 동네 재래시장의 조그마한 채소 가게에는 한국말이 서툰 새댁이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동그란 눈과 유난히 검은 눈동자. 겨우 하는 말이라고는?천 원’?이천 원?하는 정도이다. 많게 보아 나이는 20세 전후로 보인다. 요즈음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으로 시집온 이국異國의 신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베트남에서 왔다고 한다. 월등히 많아 보이는 남편의 나이로 보나 여러 가지 조건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지극한 사랑에 의한 국제결혼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가게의 맞은편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뻥튀기를 파는 아저씨의 부인도 베트남 여인이다. 앞으로 이들 부부 사이에서 2세가 태어나면 우리의 조상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순혈주의純血主義는 깨어진다. 아니 오래전에 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나라의 경제성장에 맞춰 시집을 오는 신부의 나라가 바뀐다. 

 

그러면 그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낯 설은 외국으로 시집을 온 이유는 무엇일까? 말하기 좋아 국제결혼이지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라님도 막을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꼽는다면 가난과 무지無知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국민소득을 가진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에서는 식구의 입을 하나라도 줄이고 한 사람이 희생하여 다른 식구들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자는 것이다.  그들의 슬픈 현실이다. 굳이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남방 국가 특유의 여성의 성비性比가 높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의 숫자가 많고 낮은 연령에서의 출산으로 인해 식솔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볼 수 있다. 

 

40여 년 전 방글라데시를 다닐 때, 그 나라 어린이들의 슬픔을 잊을 수 없다. 우기가 되면 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많은 습기로 인해 몸은 언제나 축축하다. 외항선이 부두에 닿기만을 기다리는 소년과 소녀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세관원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배에 올라와 있다. 우리를 본 아이들은 마구잡이로 돈을 달라하고 라면 등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 댄다.  

 

그중에서 한 소녀에 대한 기억은 나의 뇌리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며칠을 굶었는지 초췌한 모습이었는가 하면 정리되지 않은 머리카락에 비까지 흠뻑 맞았으니 거지 형상이었다. 이제 겨우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의 등에 업힌 아이에게 먹일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몸짓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그녀의 등에 업힌 아이는 동생이 아닌 자신이 낳은 아이였다.  

 

우리나라의 속담에 이르기를?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제아무리 양반이라도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는다?고 했다. 그 방글라데시의 소녀야말로 제 자식을 등에 업고 담을 넘었던 것이다. 배고픔을 이겨 낼 장사는 아무도 없다.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신부가 들어오는 우리나라도 70여 년 전쯤에는 어린이들이 미군을 따라다니며 동냥을 했던 적이 있다. 세월이 더 지나서는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행 비행기를 탔던 일도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라는 일본도 2차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점령군으로 진주한 연합군에게 동냥도 했고 여자는 웃음을 팔았던 아픔도 있다. 가난은 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참으로 불편한 일이다. 

 

오늘도 시장의 베트남 신부는?천 원’?이천 원?이라는 남의 나라말을 겨우 한다. 문화와 풍습이 다른 나라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낸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에 팔려 온 듯한 그들의 마음속에는 가난한 자기 나라의 비애가 젖어 있을 것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7.25 11:29 수정 2023.07.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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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