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시인 바이런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극찬하고
극작가 버나드 쇼가 ′여기를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 곳
두브로브니크의 관문
필레 게이트에 들어서면
강렬한 태양 아래
대리석으로 반질대는
플라차 대로를 따라 스폰자 궁전까지
중세의 백색 향연이 펼쳐진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간 여행자가 된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 떨리는 이 길은
그 자체로 풍경이고 낭만이고 이야깃거리다
이 도시를 제대로 보려면
성벽에 올라야 한다
꾸불꾸불한 성벽 길을 따라 걸으면
성곽 너머 짙푸른 아드리아해가 말을 걸어온다

성곽 너머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나그네 귓가를 간지럽히고
파도 소리마저 잠재운 아드리아해 미풍은
성벽 마을 발코니에 걸린 하얀 빨래를 춤추게 한다
아름답기만 한
성벽 마을 주황빛 지붕의 기와 한 장 한 장에는
전쟁으로 얼룩진 눈물과 아픔이 담겨 있다

유고 내전 때
세르비아 함대의 함포 사격으로
성벽과 구시가지가 파괴되자
유럽의 지성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켜낸다
그 날의 아픈 생채기를 감추려는 듯
푸른 아드리아에 내리쬐는 주황색 햇살은
오늘따라 더 유난을 떤다

성벽 그 길 끝에서
작은 틈새 길을 통해 바다 쪽으로 나가면
절벽에 세워진 부자 카페(cafe Buza)를 만난다
카페에는 젊은 청춘들이 눈부신 나신을 드러내고
시원한 레몬 맥주를 마시며 아드리아해를 즐긴다

최고의 뷰 맛집 소르지산에 오르면
성벽에 안긴 붉은 지붕 너머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비취색 바다가 다가온다
크로아티아 블루(Croatia blue)!
이제
파노라믹 뷰 전망대에서
오쥬스코(Ozujsko) 맥주를 마시면서
황홀한 석양을 만날 차례다

해 걸음 붉은빛에 물들어가는
아드리아해에서 들려오는 해조음
그리고
온몸을 감싸고 도는 달빛
발칸반도의 성채도시
비극을 품은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진주가
올드타운의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을 밝히니
나그네는 쉽게 길을 떠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국제공항까지 직항은 없고 대한항공이 파리 경유 항공편을, 터키항공이 이스탄불 경유 항공편을 운항한다. 다른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빈 경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구시가 전역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달마티아 문학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도시의 고전적 매력은 여름이면 절정에 달한다. 크로아티아 최고의 여름 축제인 두브로브니크 서머 페스티벌(Dubrovnik Summer Festival)은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5주 동안 열리는데, 전 유럽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 도시는 포화 상태가 된다. 축제 기간 저녁이면 구시가 중세 건물에서 클래식과 연극, 발레 등의 공연과 영화 상영이 이어진다. 특히 축제 때마다 무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 연극, 빈 필하모닉 앙상블과 두브로브니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인기가 많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