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아나톨 프랑스의 '타이스'에서 보는 인간의 이중성 비판

민병식

아나톨 프랑스(1844~1924)는 프랑스의 소설가, 평론가로 1873년 ‘황금 시집’을 써서 문단에 등장하였다. 지적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으며 1896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었고 1921년 소설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집트의 테바이드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도사 ‘빠프뉘스’는 알렉산드리아의 귀족 출신으로 한때 향락적인 생활에 빠지기도 했으나 모든 재산을 버리고 수도 생활에 들어선 인물이다. 그는 금욕과 도덕적 신앙생활로 명성이 자자했고 24명의 제자를 거느리는 유명 수도사였다. 

 

빠프뉘스는 15세 때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에 알렉산드리아의 한 극장에서, 남자의 정욕을 자극하며 음탕한 춤을 추는 ‘타이스’라는 무희에게 반했었다. 그때 빠프뉘스는 불타는 정욕을 참지 못하여, 타이스의 집 앞까지 갔다가, 돈도 용기도 없어서 돌아섰던 경험이 있었다. 빠프뉘스가 경건한 수도자로 큰 명성을 얻어 갈 무렵 타이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춤추는 매춘부로 유명해졌다. 

 

빠프뉘스는 스스로의 영성과 수양의 실력을 믿고 이제 타이스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타이스를 찾아, 회개시켜,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할 줄 아는 깨끗한 여인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타이스가 활동하고 있던 알렉산드리아로 그녀를 찾아간다.

 

첫 만남에서 타이스는 알몸에 가운을 걸치고, 침대 위에서 빠프뉘스를 유혹한다. 그러나 빠프뉘스는 유혹을 물리치고, 하나님과 구세주, 그리고 천당에 대해 강론하고 이 땅 위에서의 모든일들은 다 무가치한 것이며,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마음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며 그녀에게 죄악에서 벗어나 믿음의 길로 나아갈 것을 권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죽음, 삶에 대한 회의로 지쳐있던 타이스는 빠프뉘스의 설교에 감동을 받아 마침내 타락한 생활을 깨끗하게 청산한다. 아름답고 화려한 금발의 머리를 자르고, 여자 수도사가 되어 알비느라는 수녀원장이 있는 수도원에 들어가 수련을 하는데 수련의 시간을 마치고 전에 살던 리비아 사막으로 돌아가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진정한 신앙인으로 완전히 새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그녀를 회개시킨 빠프뉘스는 가질 수 있었으나 가지지 않았던 타이스에 대한 정염 때문의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타이스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소식을 듣고 파프뉘스는 수도원으로 타이스를 찾아간다. 그는 미친듯이 타이스를 다시 속세로 돌아오게 하려 애쓴다. 

 

그러나 타이스는 빠프니스의 바램에는 아랑곳 없이 성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타이스의 임종을 지켜보는 빠프뉘스의 얼굴은 타오르는 정열 때문에 무섭도록 일그러진다. 추한 그 모습을 본 수녀들은 흡혈귀라고 외치며 달아나고 빠프뉘스는 자기 얼굴에 손을 대어보고 자기 꼴이 몹시도 흉측하게 되었음을 느낀다. 

 

죽어가는 타이스를 향해 인간적 사랑을 갈구하는 수도사 빠프뉘스,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이 세상을 떠나는 탕녀 타이스, 바로 이 두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양면성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당대 생불이라고 불렸던 지족 선사가 기녀였던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 30년 동안의 면벽 수도가 파계 되었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나톨 프랑스는 "정직, 친절, 우정 등 평범한 도덕을 굳게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의 우리 세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내면에 있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일 것이다. 마음에 순수함이 바탕이 되어 정직과 성실, 사랑을 실천하고 그래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실천하지 않는 양심은 이기일 뿐이고 행동하지 않는 독서는 치장일 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08.09 11:52 수정 2023.08.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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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