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산티아고 순례기] 헤엄치는 악어

이수아

별난 아침이다. 아마도 일 년 중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잊을 수 없다. 정말 지루하게 출발했고, 지난주에 달라이라마를 닮은 주인이 했던 것처럼 우리의 작은 오두막에서 음악을 연주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 제이드가 우리들에게 말했다. 그녀는 큰 빈대가 나오는 무서운 꿈을 꾸고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기이하게도 몇 분 후에 하르트무트가 여러 군데를 빈대에게 물린 것을 알았다. 나도 팔과 다리에 물린 자국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옷을 입고 빈대와 그놈이 물어뜯은 자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놈들은 아마도 마지막 숙소로부터 침낭에 묻어 따라왔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빈대는 육안으로 보아도 엄청컸다. 나의 침낭은 속이 검은색이라 밖으로 들고 나가 털어서 그놈들을 떼어냈다.

 

약 7시쯤 되었는데 밖은 여전히 어둡고 땅이 젖어있는 걸 보니 아마 비가 왔던가 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나는 옷을 반쯤 입었다. 메리노 양모 상의와 바지를 입고, 털양말과 악어 샌들을 신었다. 그리고 침낭을 짊어졌다. 

 

밖으로 나와 잠시 걸었더니, 건너편에 광장이 나왔다. 이 광장으로 가려면 딱딱한 플라스틱 커버를 덮은 곳을 건너가야 했다. 나는 그 커버를 믿고 그 위를 걸었다. 그런데 순간 플라스틱 커버가 툭 떨어지고 얼음이 갈라지면서 깊은 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이게 무슨 꼴인가! 나는 비명을 지르다가 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막혀서 웃고 말았다. 

 

죠지, 제이드와 하르트무트는 내가 당한 이 황당한 일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달려왔다. 그러나 나를 재빨리 구덩이에서 끌어내면서 내게 보여준 하르트무트의 표정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나의 다리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그 구덩이는 하수구 똥통이었다. 똥덩어리와 함께 젖은 화장지가 다리에 묻어 있었다. 내 웃음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하수구 똥통을 쳐다보았다. 하수구의 물이 구역질나게 일렁이고 있었다. 아마도 내 다리가 빠져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정말 우습게도 나의 녹색 악어 샌들이 수면 바로 아래서 튀어 올랐다.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몸이 아팠다. 혐오감에 졸도할 것 같았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었다. 침낭은 물론이고 전부 똥물에 젖어버렸다. 빨리 이 더러워진 옷들을 다 벗어버리고 똥통에서 기어 나와 버리고 싶었다. 알고 보니 비가 온 것이 아니었다. 땅이 젖은 것은 하수구가 막혀 넘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나는 혐오감에 몸을 떨었다. 아무것도 만지고 싶지 않았다. 비틀거리면서 겨우 숙소로 들어갔더니 영문을 모르는 순례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구엘을 찾았다. 그는 깜짝 놀라 상황을 알아보려고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한편 나는 숨을 죽인 채 식사하는 순례자들 곁을 지나 최대한 옷을 빨리 벗고 씻을 수 있는 욕실로 향했다. 누군가 노크를 했다. 사려 깊은 제이드가 내 비누와 수건을 들고 나타났다. 

 

양발은 손을 댈 수가 없어 제일 나중에 벗었다. 정말 발에서 양말을 최대한 빨리 벗어버리고 싶었다. 샤워기를 양발에 정조준해서 양말에 붙은 똥덩어리에 물을 뿌려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똥덩어리들은 리얼 라이프라는 내 생에 달라붙어 버렸다. 

 

나는 샤워 욕조에 쌓인 갈색 물 위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밀려왔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 빠져나와서 조심조심 다시 그 재앙의 장소로 갔다. 

 

다른 사람들 말에 의하면 미구엘은 영웅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막힌 것을 뽑아냈는데 그것은 어떤 어린애가 쑤셔 박은 티셔츠였다고 한다. 그가 사방에 호스로 물을 뿌렸지만 아직도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 내가 걸을 때 익숙하게 입던 옷가지들을, 심지어 그것들이 깨끗하다고 해도 입고 싶지 않았다. 이건 어떤 면에서 도전이다. 나는 정말 약간의 옷 밖에 없었다. 보행용 바지도 입고 싶지 않았다. 보온성 바지 하나와 양털 윗옷 하나로 끝냈다. 

 

미구엘은 내 옷과 침낭 전부를 세탁해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 아르주아에 있는 숙소로 오후까지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떠다니던 녹색 악어 샌들을 씻어주었다. 하르트무트가 다른 한 짝도 씻어주었는데 너무 고마웠다. 

 

미구엘은 이 재앙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 것이 확실했다. 비록 그의 잘못은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는 내가 당한 것에 미안함을 느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내 아침식사 값도 받지 않았다.  

 

나는 주의 깊은 친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 기쁘고 감사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상상해보았다. 가까운 곳에 씻을 곳이라도 없었으면 어찌할 뻔했는가!

 

우리는 오늘 첫 만남의 장소를 12km 떨어진 멜리드에 있는 카사 에제퀴엘의 문어전문식당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두 명이 권해서 그렇게 했다. 작년에 순례를 한 나의 개인 가이드인 세실리아 베르나르디니와 제이드의 여동생이 추천했다.  

 

이를 염두에 두니 너무 빨리 길을 나설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오염된 기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특별한 욕구를 갖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걸었고, 내 빨가벗은 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내달릴 수 있었다.

 

나는 약간의 위안이 필요했고 그것을 음악에서 찾았다. 맨 처음으로 걸으면서 휴대폰의 음악을 들었다. 평소답지 않게 최근 앨범에서 ‘새들과 동물들’이라는 곡을 선택했다. 그것은 마틴 베네트의 최신 음악으로 맥폴 챔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이다. 나는 이 곡이 발표되고 나서 아직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것은 기분을 고무시키면서 의미 있는 곡으로 내가 가는 길에 박차를 가해주었다. 

 

멜리데는 좀 이상한 도시다. 겉으로 보면 두 개의 다른 부분으로 나눠진 것처럼 보인다. 아마 서로 다른 동네인지도 모른다. 첫 번째 동네는 고대 도시로 농촌마을을 휘감은 좁은 거리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두 번째 동네는 신도시로 상점과 차들이 북적대고 포장도로도 있었다.

 

문어전문식당에 도착했을 때, 온통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비상용 양털 옷은 이미 숨을 쉬지 않았고 나는 마치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달려온 것 같았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이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양모 브라와 레깅스만 입고 있는 것도 우습지 않았다.

 

가마솥마다 삶고 있는 문어는 정말 가관이었다. 아마 이 집에서 문어만 서비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오전 11시가 되지 않았지만 문어식당은 사람들로 꽉 차버렸다. 대부분 땀에 젖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례자들이다.

 

거기는 엄청 넓은 공공 음식점으로 많은 테이블과 벤치가 있고 모두들 문어를 먹고 있었다. 문어는 푹 삶고 먹기 좋게 잘라서 나무판에 얹어 올리브오일을 발라 소금과 파프리카와 함께 주는데 간편하지만 맛이 좋았다.

 

우리는 전날 밤 저녁식사 때 만났던 독일 여인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반 마리 정도의 문어를 제이드와 죠지에게 주었다. 그때 나는 걸신들린 듯이 차가운 화이트와인과 함께 문어 한 마리를 다 먹고 있는 중이었다.

 

곧 우리는 팔라스 델 레이로부터 도착한 몇몇 순례 베테랑들인 라울, 마르셀, 줄리안과 함께 어울렸다. 축제 분위기였고, 나는 몇 시간 전보다 완전히 다른 정신적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문어를 파는 식당에서 지역의 갈라시안 커피 또는 허브 음료도 주는 것을 알고는 실컷 즐겼다. 이제 나도 그것을 적극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푹 빠져 버렸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

 

작성 2023.08.11 11:46 수정 2023.08.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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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