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걸으면서

김태식

역사는 가정할 수 없다고 한다. 만약에 ‘어떻게, 어떻게’되었다면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역사라고 흔히들 말한다. 1945년 연합군이 일본에게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았다면 2차 세계대전의 향방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누구도 확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이 패망하지 않고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세계를 향한 침략의 야욕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일본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와 관습 등이 일본화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상은 하기도 싫다.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관공원에는 1945년 원자폭탄을 맞아 폐허가 된 건물을 그대로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으로 끌려가서 희생된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일본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일본은 영국과 미국 그리고 선진화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미 개화된 나라들을 식민지화하고 있을 때 일본은 그 대열에 끼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일찍이 그들은 아시아를 접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테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을 치렀음에도 조선을 차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은 마침내 을사늑약이라는 비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강제적으로 조선을 합치고 만다. 그것도 그들의 말장난으로 표현한다. 이른바 한일합방韓日合邦 혹은 한입합병韓日合倂 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단어들은 쌍방이 서로 뭔가 합의를 하여 이루었다는 어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강제적인 찬탈이요 침략이었다. 

 

그들이 세계를 향한 전쟁을 할 때마다 주변국들을 수없이 괴롭혔고 그 중심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피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밟고 가야 할 최고의 장소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그것도 모자라 젊은 남자는 징용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전쟁터로 내몰렸다. 그리고 아리땁고 꽃다운 여인들은 정신대(위안부)라는 뼈아픈 이름으로 총탄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일본군의 노리개로 강제 동원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혹은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리는 이 전쟁의 막바지에 한국의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낼 때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부르짖으며 강제 동원했다. 내內는 일본을 말하고 선鮮은 조선을 뜻했다. 즉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니 같이 나가서 싸우자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일본과 한국이 사이좋은 하나였던가. 덧붙여 그들은 이 전쟁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위한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즉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서양의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말이었다. 그들은 다만 전쟁에 미쳐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의 야욕은 마침내 세계로 향한 전의를 불태웠고 연합군의 주축인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상대로 선전포고하게 이르렀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전쟁은 끝났다. 

 

일본은 미국에 대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패망했다.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고 미국 본토까지 차지하겠다고 하는 무모한 도전은 미국의 전함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수치스러운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일본은 미국이라고 하면 무조건 겁을 먹기 시작했다. 

 

시대가 흐르고 미국에 감정이 좋지 않은 나라들은 반미를 외치며 미국의 미움을 살 때 일본은 속으로는 미국을 원수로 생각하면서도 미국 본토에 'Made in Japan'의 제품들을 수출하며 부를 축적해 나갔다.  

 

이처럼 잘 나가던 일본이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경제적인 기틀을 마련하게 되자 전 세계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78년 전, 그 당시에 폭격을 받아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건물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서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평화를 위해 싸우던 우리 일본에게 미군은 B-29비행기에 원자폭탄을 싣고 와서 무참히 공격하여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비인륜적인 일이 발생했다.” 

 

내가 히로시마에 근무하면서 여러 번 갔던 평화기념관공원을 걸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군국주의 혹은 제국주의를 지향하던 나라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려는 못된 습관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관공원을 방문한 일본 국민들은 국가의 의도대로 그 글을 읽고 미국에 대한 분노심을 갖게 하고 언젠가는 분개하여 세계를 향한 전의를 불사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그들의 지도자들이 참회하고 피해를 주었던 주변국들에게 반성하는 것이라고 생각에 잠겨 본다. 작년 3월 초의 그곳에도 봄이 되니 목련이 피고 있었고 벚꽃이 피려고 꽃망울을 머금고 있었다. 이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그들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8.15 11:11 수정 2023.08.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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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