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조지 엘리엇(1819~1880)은 소설가, 시인, 언론인, 번역가로 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이다. 철학적 평론가 헨리 루이스와 사랑하게 되어 아내가 있는 그와 동거 생활을 한 특이한 경력도 있는데 헨리 루이스의 권고로 소설을 쓰기 시작, '목사 생활의 정경', '플로스 강의 물레방아', '미들마치 '등의 작품 등을 썼다.
영국 중부 공업도시 랜턴야드에 사는 직조공 '사일러스 마너는' 교회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그곳을 떠났다. 작은 농촌 마을 래블로로 이주한 마너는 휴일도 없이 아마포를 짜면서 15년간 고립된 생활을 한다. 그의 유일한 위안은 아마포 짜기로 벌어들인 금화를 혼자 밤마다 세어 보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저축한 금화를 도둑맞는다.
금화를 찾아 돌아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밤, 금발의 여자아이가 집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 밖으로 나가보니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눈길에 얼어 죽어 있었다. 마너는 이 아이를 '에피'라 이름 붙이고 잃어버린 돈 대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생각하며 정성껏 기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마너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는데 에피의 아버지 노릇을 하면서 혼자 키울 수 없었던 마너는 결국 래블로 마을의 이웃들과 공동체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게 된다.
래블로 마을 카스 가의 장남 고드프리는 술집 여자인 ‘몰리’의 유혹에 넘어가 비밀 결혼을 하여 딸까지 두었는데 몰리와 결혼 수속은 하지 않고 람메터 가의 딸 낸시를 사랑하고 있다. 몰리는 섣달그믐날 밤에 갓난애를 고드프리의 집에 두고 가기 위해 래블로 마을로 가는데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얼어 죽고 에피가 마너의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고드프리는 몰리와의 결혼 사실을 아버지께 말하겠다고 협박하는 동생 던스턴과 사람들에게 진상을 폭로하려는 몰리로 인해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동생은 행방불명되고, 몰리는 죽는다. 덕분에 고드프리는 평소 흠모하던 낸시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낸시와 결혼한 뒤, 행방불명되었던 동생 던스턴의 유해가 스톤피츠 채석장 옆 물웅덩이에서 발견되면서, 마너의 금화를 훔친 범인이 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고드프리는 자신의 거짓에 대한 가책으로 아내에게 에피가 친딸임을 고백하고 마너의 집을 찾아가지만 마너 외에 다른 아버지를 상상할 수 없다는 에피의 단호한 말을 듣고, 과거에 에피를 딸로 인정하지 않았던 죄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금화까지 도둑맞아 삶의 희망을 잃은 마너의 삶을 변화시킨 것은 에피다.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에피는의 존재는 마너에게 다시 사랑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며 다시 인간과 신에 대한 신뢰 회복을 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고드프리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자신의 친딸을 찾으려고 하는데 실패하고 아내인 낸시와의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이기적인 고드프리에 대한 형벌과도 같다.
우리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에피'같은 존재가 있는가. 독서, 모임, 공동체, 가족, 친구 등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매개체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바탕이 있어야 한다. 겉만 번드레한 외관보다는 사랑이 가득한 마음만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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