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숲,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작은 집 사이사이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 아래
물레방아 도는 마을
라스토케(Rastoke)를 지나면
울창한 숲 사이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영롱하게 빛나는 폭포와 호수
요정들이 사는 동화 속 세상
플리트비체(Plitvice Lakes)가 나온다
푸르름을 덮고
흘러내리는 물길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긴 채
세찬 폭포도 되었다가
잔잔한 호수도 된다
강렬한 햇살 아래
끝없이 퍼지는 빛의 파장
평화롭고 고요한
산과 구름과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겨 있다
이끼 바위를 타고 흐르는
청량한 폭포수 소리
풍욕 품에 깃들어 재잘거리는 새들의 화음
하늘빛 따라
밝은 초록색으로
청록색과 파란색으로
때로는 회색빛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가지각색의 폭포와 호수들은
피터팬과 팅커벨의 네버랜드를 연상시킨다
세상 그 어떤 물감으로
이 푸르름의 그라데이션을
재현할 수 있을까
깊은 속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물에 잠겨
이리저리 물살에 흔들리는 나무
이곳이야말로
정령들이 잠든 안식처가 아닐까
호수와 폭포와 숲으로
가득 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현실은 사라지고
신비로운 요정의 판타지 세계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이 투영된 청록색 호수에
송어 떼까지 모여드니
여행자는 에메랄드빛 물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신비롭고 거대한 이 판타지 세상은
바로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요정들의 숲에서
느껴본 느림의 여정은
나의 마음을 숲의 여운에 잠들게 만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 평화로웠던 그때
그 아름다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못내 아쉬워 언젠가 당신과 또 오리라
아무 말 안 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플리트비체 국립공원(National park Plitvice lakes):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서울시 면적의 1/2 크기로 16개 호수와 90여 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요정들의 숲’이라는 별명을 지닌 곳인데, 너도밤나무, 전나무, 삼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는 짙은 숲 사이로 가지각색의 호수와 계곡, 폭포가 조화되어 신비롭고 거대한 태초의 원시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영롱하게 빛나는 폭포와 호수를 볼수록 마치 요정들이 등장하는 동화 속 세상 같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플리트비체′라 불리는 물레방아 마을 라스토케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아드리아해 연안의 자다르 사이에 있는데, 수도 자그레브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 약 2시간 걸린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