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時論] 카드 사용으로 나타난 학조부모(학부모+조부모)의 명(明)과 암(暗)

여계봉 선임기자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코로나 전후로 최근 5년간 60대 이상 고객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은퇴 후 '여행'과 '육아' 관련 결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2018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60대 이상 고객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보니 고객 수와 결제액이 각각 7.5% 포인트와 8.5% 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올해 1~8월까지 60대 이상 고객 결제액 증가율 상위 업종은 '여행' 분야였다. 은퇴 후 시간적 여유와 구매력이 높은 시니어 고객이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맞춰 해외여행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액 기준으로 여행은 지난해 대비 94.6%, 2021년 코로나 시기 대비해서는 277.7% 급증했다. 특히 여행업종의 60대 이상 인당 평균 결제액은 올해 약 4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고 전체 연령과 비교해도 시니어 고객의 지출이 평균 24% 높았다. 

 

'여행' 다음으로는 직장을 다니는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주 양육을 돕는 '황혼육아' 업종인 키즈카페와 소아청소년과의 결제액도 각각 54.7%와 50.6%가 늘었다. 학원비에 지출한 평균 결제액 역시 전년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이들 업종은 손주가 주로 유아기(키즈카페)부터 길게는 초등학교(학원) 시기에 주로 찾는 업종으로, 조부모가 부모 대신 결제한 것이다. 60대 이상 인당 평균 결제액도 전체 연령 평균 결제액보다 높아 '학조부모(학부모+조부모)'의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는 은퇴 후 시간적 여유와 구매력이 높은 노년층 고객들이 코로나19 사태 종료에 맞춰 해외여행에 나섰고, 손주를 향한 조부모의 씀씀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기존 고객 연령 증가 원인도 있지만 결제액이 꾸준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구매력을 갖춘 장노년층의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즈카페에서 '황혼육아'하는 모습

 

그러나 마케팅 시장에서 환영받는 ′액티브 시니어′ 주변에는 손주 케어를 위해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는 시니어들도 많다. 이들은 같은 학조부모인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열등감과 자괴감 때문에 노년기에 찾아온 ′황혼육아′로 생긴 육체적 피로도를 더 크게 느끼게 되고, 자식과 손주에 대한 미안함으로 반갑지 않은 정신적 황혼까지도 경험하게 된다. 

 

2020년 고용노동부가 사업주 411명, 13세 미만 자녀가 있는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원·휴교 기간에 자녀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 조부모가 부모 대신 자녀를 돌본다는 응답이 42.6%로 1위를 차지했고, 부모(36.4%)는 2위, 긴급돌봄(14.6%)은 3위로 뒤를 이었다. 이렇듯 조부모는 주 양육자로서 영유아 및 아동의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달리 지원 제도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부모의 육아 참여는 일반적인 추세다. 독일의 경우 직업이 있는 조부모가 부모 대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조부모의 손주 픽업 교통비를 연말정산 시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직장 생활 대신 손주를 돌보면 그 기간을 연금 기여 기간에 포함 시켜준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6세 이전에 12세 미만의 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라면, ′황혼육아′ 기간을 ‘연금 크레디트’로 포함해 주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전화나 영상을 통해 손주를 돌본 경우까지 인정했다고 한다. 

 

조부모가 육아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는 ′자녀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 대한 정책은 직·간접적으로 조부모의 ′황혼육아′와 연관성을 지닌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조부모 돌봄수당 지급 계획안′ 역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조부모 돌봄수당′보다는 보육시설 투자, 육아휴직 개선 등의 방법으로 부모인 부부가 아이를 주도적으로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 부모나 아이를 우선하여 배려한 혜택이다. 

 

만 4살과 2살짜리 쌍둥이 둘, 도합 손주 셋을 둔 기자의 경우에도 집사람이 ′황혼육아′를 하면서 손목 건초염에 무릎 관절염까지 병을 얻어 장기간 통원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사람에게 늘 안쓰럽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 조부모는 주 양육자가 아닌 보조 양육자로서 위상이 바뀌어야 할 것이며, 조부모의 노고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9.14 10:17 수정 2023.09.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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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