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무게가 입을 열었다

민은숙

 

무게가 입을 열었다

 

 

겹겹이 바짝 달라붙어 포개진 옷감들이

저마다 제 말을 한다

 

어두운 힘을 키우는 겨울이면, 

밤낮없는 통증들이 비명 삼킨

휘발 모은 미등(尾燈)이 추위를 밟는다

 

세 들어온 냉담에

오므라든 그림자 꿈 자락들이 꼽아도 

네가 포근하면

허연 김 서림 내린 머리 

한 철 빗질을 못 해도

바깥에서 떨까 감아 주는 목도리

 

괄괄한 자외선 촉수가 들숨 막는다

전신이 흐물거리며 장마에 젖는 해파리에 곰팡이 

피어난다

 

이태 말 없는 것들은 유배 보낼 결심을 한다면

최선을 다한 시간들, 버려진다고 오해하진 않을 것이다

켜켜이 쌓인 옷 바라지에 지치고 푸석한 사철

숨통 트였으면

 

내뱉은 체념들이 두엄 올리는 서랍장에

한 점 부끄럼 올라앉는다

 

 

[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3.10.04 09:45 수정 2023.10.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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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