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제비

강흥수

 

제비

 

 

햇빛 빛깔 곱디고운 가을날 아침인데

먼 여행 떠날 채비하는 제비 한 마리 없어

한가한 허전함이 가득 찬 높디높은 파란 하늘

 

어린 시절 동무들과 흙 마당에서 놀고 있노라면

빨랫줄에 무리지어 앉아 왁자지껄 동참하던 새

봄날이면 보랏빛 제비꽃은 여기저기 피어나는데

이제는 천연기념물만큼이나 보기 힘든 새

 

농약 살포에 먹을 것이 적어서인지

처마 밑 둥지 틀 곳이 없어서인지

인적 뜸해진 시골 동네라 쓸쓸해서인지

돈벌이 찾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처럼

십여 년 전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가더니

도무지 다녀가질 않는다

 

[강흥수]

한국시 대상 

공무원문학상' 

한남문인상

시집 '마지막 불러보는 그대

'인연은 뿌리 깊은 약속

작성 2023.10.17 08:56 수정 2023.10.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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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