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산티아고 순례기] 되돌아봄과 알아차림

이수아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더블린을 경유하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처럼 그 스케줄은 일상으로 돌아와 적응하는데 시간을 벌게 해 주어서 좋았다. 그리고 5개월 전에 예약을 할 때 보너스로 더블린에서 고든의 여동생과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은 약 4시간이었으며, 에든버러 행은 늦은 시간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늑한 코너에 앉아 더블린의 공항이 문을 닫는 시간을 바라보아야 했었다. 기네스 흑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순례여행의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 모든 순례여정이 꿈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가치 있는 경험인가! 나는 그것 때문에 생명을 연장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리고 번개처럼 끝난 것을 알았다. 궁극적으로 이 순례여행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이 모험의 시작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을까를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다시 출발점에 돌아와서 보니 고든이 생전에 세웠던 자선기금모금 기록을 경신하여 더욱 놀랐다. 내 가슴에는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길에 대한 나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하여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았고, 그 중에 어떤 하나라도 성취했는지 의문을 가져보았다. 대체로 나는 욕망이나 목표로부터 멀리 벗어나기를 원했었다. 그것의 아름다움은 내가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보다는 어떤 시간적 제약도 없는 순수한 여정 그 자체에 있었다.

 

비록 고든과 함께 보낸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던 순간들을 상상 속에서 다시 체험해 보고 싶어 나는 귀한 시간을 보내기로 희망 했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다. 순간적인 느낌과 사건들, 결정해야 하는 것들, 우연히 일어난 일들, 순례여행, 그리고 즐거웠던 기억과 슬펐던 기억들도 그렇게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나서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다. 나는 우리의 결혼 1주년 기념일에 순례여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비행기 표를 예약했을 때, 다른 일에만 신경을 써서 내가 도보여행을 출발하는 날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그 우연의 일치를 알게 된 때는 그 후 세 달이 지나서였다. 그 우연의 일치는 나를 내리쳤고, 내 가슴은 단단한 화살에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내가 만났던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평생 사귀고 싶은 친구들과 길에서 본 믿을 수 없었던 환상들을 떠올리며, 우리들의 참신한 대화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 그리고 함께 웃었던 건강한 웃음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 여정의 맨 끝자락에서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 아닌지 묻고 있다.

 

작년에 나는 파울로 코엘로의 책 ‘순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나를 무척 고무시켰다.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핵심적인 말이 기억난다. 그것은 틱낫한 스님의 ‘즐거움으로 가는 머나먼 길’이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었다. 지금 그 말들이 더욱 귓가에 쟁쟁하다. 

 

1) 그대는 이미 도착해 있다. 걸음걸음 마다 기쁨을 느낄 뿐, 그대에게 다가올 앞으로의 어떤 일도 걱정하지 마라. 우리 앞에는 아무 일도 없다. 다만 순간순간 즐겁게 여행해야 할 길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순례자의 명상을 할 때, 우리는 항상 거기에 있다. 우리의 고향은 지금 이 순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대의 만족함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2) 그렇기 때문에 걸어가면서 항상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도 웃어라. 웃는 것에 익숙해지면 끝내 행복이 온다. 

 

3) 그대 앞 어딘가에 평화와 기쁨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쟁취하려고 하지 마라. 그것들을 그대와 함께 여행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라.

 

4) 그대가 걸을 때, 그대는 대지를 어루만지며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똑같은 이치로 대지는 그대의 마음과 몸이 조화를 이루게 도와준다. 이러한 관계를 이해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그대의 발걸음은 사자의 강인함이 되고 호랑이의 고상함이 될 것이다. 그리고 황제처럼 근엄하게 될 것이다.  

 

5) 그대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를 기울여라. 그리고 그대의 호흡에 집중하라. 이것이 그대의 여행 중에 따라 올 문제점들과 걱정들을 제거해 줄 것이다.

 

6) 그대가 걸을 때, 그대는 단지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대는 과거와 미래의 세대들이다. ‘현상계’에서는 시간이 측정 가능하지만, 진여의 세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그대가 걷는 걸음걸음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7) 그냥 즐겨라. 순례의 명상을 끝없는 나 자신과의 만남으로 만들어라. 그것을 대가를 바라는 고행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대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어디나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것이다. 

 

내가 최종적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 나는 이미 잠들어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도 몰랐었다. 그 다음에 안 것은 에든버러에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이 여행이 진정 시작이자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에게 일종의 환골탈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티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멤버

이메일 :  sua@sualee.com

작성 2023.10.20 10:38 수정 2023.10.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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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