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게 얹힌 밤하늘에
초승달이 배시시 웃으며
별을 잠 재우는 날
어릴적 추억 소환하여
남망산 조각공원에 오르니
통영 제1경이다
서쪽으로 해 꼬리 감춘
고깃배들 통영항으로 돌아 와
오늘 저녁 니하고 나하고
친하자고 어깨동무하는 시간에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석양의 찬란함이
통영 제2경이요
주변의 섬들을 한복 단추처럼
정갈하게 매달고 있는 섬 사이로
끝간데 없이 뻗어 있고
배가 길을 만들며 유유히 흘러가는
미륵산에서 바라본 삼백리 한려수도가
통영 제3경이라
통영 가오치항을 떠난 배가
사량도에 도착하여 바다의
쉼터같이 옹기종기 모인
바다 봉우리에 오르면
사량도 옥녀봉이 있으니 그곳이
통영 제4경이다
물때에 따라 뭍이 되었다가
바다에 잠기기도 하는 마법같은
바다의 마술에 걸리는
별 뜨는 밤에도 별 지는 밤에도
등대가 살아 있는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이
통영 제5경이고
연화도에 여객선이 내려준 길손
수국 핀 길따라 꽃놀이 즐기며 올라가
기암 절벽따라 가면
섬을 지켜 주는
연화도 용머리가 얼굴을 내밀어
통영 제6경을 알린다
왜군을 물리쳤던 충무공의
애국충정의 얼이 숨쉬는
한산도를 병풍처럼 거느리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을
어찌 비켜 가리 제승당 앞바다를
통영 제7경에 이름 올린다
미륵도와 통영을 마주 바라보는 운하는
쉼 없이 흐르고 있다
밤이면 불빛이 아름답게 몸부림치는
통영운하의 야경이 화려하게 빛나니
통영 제8경이다
바다와 석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곳이 바로 나의 고향 통영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