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한옥에서 어머니를 보다

여계봉 선임기자

 

도심의 아담한 한옥마당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뻗은 한옥 처마의 끝 선이 유난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날 한옥이 주는 푸근함과 멋스러움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

 

 

대청마루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두켤레가 정겹기 그지없다. 어릴적에 기와가 얹힌 한옥에 살았다. 어머니는 학교를 다녀오면 마당에서 고무신을 지푸라기 수세미에 비누칠해서 문질러 하얗게 닦았다. 어머니가 댓돌 위에 얌전하게 올려놓으신 깨끗한 고무신을 볼때마다 새신을 산 것 같아 늘 기분이 좋았다. 살면서 때때로 어머니가 새록새록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떠나야 할 시간이지만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앞치마를 하신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정지(부엌)에서 나오실 것 같아 한참을 서성거린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11.02 09:58 수정 2023.11.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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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