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먹거리 건지는 날

민은숙

 

먹거리 건지는 날

 

 

병마와 사투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알맹이 잃은 대나무 닮은 하루

다시는 채울 수 없는 트라우마 달고 찾은 재래시장

 

선명한 살색으로 홀리는 물오른 야채들에 

넋이 나간 복무비만 중년 시장바구니

시선을 빼앗겨도 또 빼내고 있다

 

끊어질 몸통에 매달린 원숭이 손 투정하듯 보채는 

늘어난 세로가 미소 짓는 기도

“사랑해” 

부드러운 숨결이 입술에 흩뿌리는

꽃비 닮은 메아리

“고마워”

 

살랑이는 봄 목덜미 간질이며 수작 거는

바람 귀 뼈에 미소가 울려 퍼지는 구름이 

귀가하는 길

 

우린 띠앗을 건졌다

 

[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3.11.15 09:15 수정 2023.11.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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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