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은 이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라

 

영국 BBC는 세계적인 공영방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동당과 보수당이 교대로 집권하는 민주주의의 원조 국가답게 아무리 정권이 바뀌더라도 BBC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사실에 기반한 진실 보도를 하는 BBC는 영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위해 분쟁지역이나 전투 현장에 목숨을 걸고 먼저 나서는 방송도 BBC이다. 실크로드의 문화와 역사, 갈라파고스의 생태계, 세렝게티의 야생동물, 기후변화 등에 대한 공익적 다큐멘터리 제작도 세계적 수준이다. 그래서 BBC는 영국인들뿐만 아니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방송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방송은 어떠했던가. 공영방송의 탈을 쓴 방송사들은 정권만 바뀌면 그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편파방송을 일삼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에 있다고 본다. 정권을 잡기만 하면 방송이 무슨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점령군을 내려보내 '언론정화'니 '적폐청산'이니 하면서 반대 진영의 방송인들을 일소해버리는 작태를 되풀이해왔다.

 

전두환 정권 당시 9시 뉴스를 '땡전'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톱뉴스는 항상 대통령 동정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식상해 했다. 군부독재 시대에 숨 쉴 공간도 없었던 언론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허울뿐이었다. 이후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하면서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공영방송은 전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편파방송과 가짜뉴스는 갈수록 도를 더했다.

 

12일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하면서 KBS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광석화처럼 인사를 하고 주요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대거 교체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임원진부터 임금을 30% 반납하고 제 살을 깎는 구조조정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KBS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사장이 왔다고 해서 현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공명정대하고 진실한 공익적 방송만 하면 된다. 그러면 KBS는 곧 공영방송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타 방송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작성 2023.11.15 10:32 수정 2023.11.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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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