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예술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고석근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17세기에 과학혁명이 일어나고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근대사회가 등장하게 되었다. 과학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탐구한다. 이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자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산업혁명이 가져온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그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어린아이가 그린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을 모자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른들의 마음이 어떻게 될까? 항상 공허하게 된다. 자신이 빈껍데기로 살아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삶의 권태, 현대인의 특징이다. 현대인들은 권태감에 진저리를 친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내적 공허감을 잊기 위해 항상 바쁘게 살아가야 한다. 온갖 쾌락에 빠져 살아야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학문을 배웠다. 모두 과학이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열심히 공부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과학적 인간의 파멸과 구원을 보여준다. 파우스트 박사는 온갖 공부를 다했다. 모든 학문, 과학을 섭렵한 그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부활절 행사의 종소리를 듣고 삶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그는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메피스토펠레스다. 자신의 무의식에 꼭꼭 숨겨 놓은 어두운 자신이다. 파우스트는 진정한 자신을 만났기에 끝내 구원이 된다. 어느 날 그는 외치게 된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과학적인 인간이었던 파우스트는 예술적 인간이 되고서야 구원이 되었다. 니체는 말했다. 

 

“진리는 예술에 의해 드러난다.”

 

예술은 우리의 무의식의 산물이다. 우리의 진짜 마음은 무의식에 있다. 그래서 라캉은 말했다.

 

“나는 생각하는 곳에 없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있다”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한 우리는 항상 생각하며 살아간다. 생각하는 나, 거기에 나는 없다. 우리는 유령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과학적인 인간에서 예술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마음속의 악마를 만나야 한다. 그래서 현대예술에는 기괴한 것들이 많다. 왜 현대예술이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무의식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분간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암흑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느 날 입구를 찾게 되었을 때, 우리도 파우스트처럼 외치게 될 것이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헐벗은 얼굴을 파괴할 것.

 모든 형태 모든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 

 

 - 이브 본느프와, <미완성의 절정> 부분  

 

 

인류는 오랫동안 완벽한 아름다움을 찾아왔다. 어딘가에는 ‘이데아(Idea)’가 있을 거야! Idea, 생각이다. 우리는 생각 속에서 수많은 신(神)을 만들고, 신들의 세상을 꿈꾸었다.

 

이제 우리는 생각의 바벨탑들을 부수어야 한다. ‘미완성의 절정’을 맛보아야 한다. 순간이 멈춘, 영원을 만나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1.23 11:14 수정 2023.1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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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