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연말의 황금빛 소리

김태식

경남 밀양에 있는 ‘해 돋는 교회’, ‘해 돋는 복지센터’에는 연말에도 겨울바람이 빠듯하게 불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청각마저도 한계에 부딪히는 부족함을 갖고 태어난 장애우들을 위한 색소폰 연주회가 열린다.

 

강영욱, 김영길, 최판준, 박순곤 그리고 백정도 색소포니스트로 구성된 필 색소폰 앙상블이 들려주는 그 소리 속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있고 팝송도 있고 가요도 있다. 

 

칠순의 연세를 넘나드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증명을 해 보이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그들은 하늘의 소리를 황금빛 색소폰에 담아 전달하는 소리의 천사들이고 소리에 굶주린 장애우들의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의 치료사들이다.

 

 

 

간혹

하느님께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실 때도 

있으신가 봅니다

 

간혹 

부처님께서도 자비를

고르게 주지 않으실 때도

분명 있으신가 봅니다

 

달력 한 장이 반쪽을 

남겨 놓은 날에 

소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우들에게 전하는 

필 색소폰 앙상블 연주팀의 

황금빛 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얼마나

무릎 꿇어 낮추어 살았는지

더 아래로 내려다 봅니다

 

전지전능 하느님께서도

자비로운 부처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부족함으로

세상 바깥으로 

내려 보내셨으니 어쩌리오

그래도 선택하셨으니

 

필 색소폰 앙상블! 그들은 손에 색소폰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울로 달 수 없는 무게와 자로 잴 수 없는 길이를 가진 사랑의 감동을 쥐고 있다. 이 사회의 그늘진 곳 한쪽으로 기울어 소외된 곳을 소리로 밝혀주는 연주팀이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아름다운 연주는 계속되었다.

 

경남 합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필 색소폰 앙상블은 수고비 한 푼 받지 않고 재능기부를 베푼다. 그들의 소리를 원하는 곳이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간다. 그들이 뿜어내는 색소폰에서는 황금빛 맑은 향기가 돋아난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12.19 10:04 수정 2023.12.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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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