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인간로드] 사랑으로 사랑을 완성한 ‘예수’

전명희

나는 이천이십삼년 전 인간 ‘예수’다. 나는 산악지대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어머니 마리아와 어머니의 약혼자 요셉이 호구조사 등록을 하러 갔다가 그곳 마구간에서 12월 25일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날 밤 천사가 목자들 앞에 나타나 나의 탄생을 알리며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을,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를”이라고 찬양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동정녀로서 수태해 나를 낳았지만, 약혼자 요셉은 세상 사람들의 비난으로부터 어머니를 감싸 주었었다. 요셉의 꿈에 하나님의 사자들이 나타나 어머니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고 그의 아들은 백성들을 죄에서 구원할 메시아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날 무렵 가나안의 통치자 헤롯왕은 유아 살해 정책을 펼쳤다. 우리 가족은 내가 헤롯왕에게 살해당하지 않게 하려고 이집트로 피난을 떠났다. 그렇게 헤롯왕을 피해 살다가 헤롯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다시 나사렛으로 돌아왔다. 나사렛에서 평온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부모에게 순종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겸손해서 칭찬받으며 자랐다. 해마다 유월절엔 부모를 따라서 명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갔다. 열두 살 되던 해 명절에도 예루살렘에 갔는데 나는 성전에서 학자들을 만나 성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자들은 지혜롭고 명쾌하고 정확한 내 대답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서른 살 무렵에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다.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광야로 나갔다. 나는 광야에서 40일간 밤낮으로 금식기도를 했다. 금식기도 중에 악마로부터 세 가지 시험을 받았다. 그 첫 번째 “돌덩이를 떡으로 만들라.”라고 했다. “사람은 떡만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존재다”라고 나는 대답했다. 두 번째는 나를 성전 꼭대기에 세워놓고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뛰어내려라.”라고 했다.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나는 대답했다. 세 번째 “네가 내 앞에 엎드려 경배하면 모든 것을 너에게 주리라”라고 했다. “나는 오직 하나님께 경배하고 하나님만을 섬길 것이다.”라고 나는 대답했다. 이렇게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정한 용서와 사랑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선교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광야를 나와 베다니로 돌아갔다. 어부 베드로가 나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함께 갈릴리로 갔다. 가나 지방의 한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다 떨어질 무렵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게 한 다음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기적을 보여주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바리새파 지도자인 니고데모에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알려주었다. 나에게 세례를 준 요한이 감옥에 갇힌 후 유다 지방을 떠났다. 사마리아를 지날 무렵 야곱의 우물가에서 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메시아임을 밝혔다. 그 여인으로 말미암아 사마리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구세주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나는 다시 갈릴리의 가버나움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곳 유대교 사원에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고쳐주자 이 소문은 시리아 전역에 퍼졌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들었다. 중풍 걸린 사람을 고쳐주고 귀신 들린 사람은 귀신을 쫓아내 주고 혈루증을 앓는 여자를 고쳐주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또 벙어리의 입을 열어주고 앉은뱅이를 걷게 해주었다. 나는 정성을 다해 그들을 모두 고쳐주었다. 그러자 갈릴리, 데카폴리스, 예루살렘, 유다, 요르단강 건너편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나를 따랐다. 이 무렵 나는 12명의 제자를 두었다. 시몬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빌립, 마태, 가나안 사람 시몬, 도마, 나다나엘, 다대오, 작은 야고보, 가롯 유다를 제자로 두고 산상(山上) 설교를 했다. 

 

나는 나사렛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내가 이스라엘 민족의 구세주라는 것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 사람의 병은 고쳐주지 않고 이방인인 시리아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었다는 것 때문에 나를 동네 밖으로 쫓아내고 벼랑으로 끌고 가서 떨어트리려고 했다. 그러나 나를 밀어버리려는 사람들을 헤치고 그 가운데를 지나 나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나의 민족만 구원받는 것을 넘어 전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마리아와 마르다의 오빠인 나사로가 병에 걸리자 급하게 나를 찾아와 도움을 받기 원했으나 그 사이 나사로는 죽고 말았다. 나는 나사로가 죽은 지 사흘 뒤에 그의 무덤에 가서 나사로를 불러내어 부활시켰다. 이 소문이 퍼지자 유대인들이 나를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의 유대 지도자들은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많은 기적을 나타내니 유대인들이 나를 믿고 따랐고 나는 유대인들의 지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로 두면 로마인들이 와서 거룩한 이 땅의 백성들을 짓밟을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고 이에 로마 총독으로 파견 나와 있던 본디오 빌라도의 핍박이 시작되었다.

 

유월절 전날인 목요일 밤 나는 제자들과 만찬을 들었다. 그날 밤 나를 팔러 간 가롯 유다를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을 이끌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갔다. 사방은 온통 깜깜했다.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쿠데타를 일으킨 정치범으로 몰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것이란 걸 알고 있으니 더욱 두려웠다. 제자들은 나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땀방울이 핏방울이 될 정도로 큰 고통 가운데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마침내 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되었다. 본디오 빌라도 총독이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물었다. 나는 “네 말이 옳다”라고 대답했다.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고 소리치자 병사들이 내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힌 후, 가시면류관을 씌웠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갈대를 들게 하고는 침을 뱉고 때리면서 골고다 언덕으로 끌고 갔다. 병사들이 ‘유대의 왕 예수’라는 푯말이 박힌 십자가에 내 손목과 발에 못을 박은 후 공중에 높이 매달았다. 구경나온 유대인들이 나를 보며 조롱하며 욕했다. 한낮인데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고통이 극에 달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오후 서너 시쯤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나는 십자가에 못 박힌 지 여섯 시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렇다. 나는 다 이루고 서른세 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나는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3.12.25 11:40 수정 2023.12.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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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