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나쁜 개는 없다

고석근

“창피하지도 않나? 사내들 떼거리가, 아니 온 마을 녀석들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게? 조심하지 않으면 크레타섬 전체가 오줌똥이 되겠어!” 결국 조르바는 칼을 든 남자와 싸우다가 귀를 뜯어 먹히고, 과부는 칼로 목이 잘리며, 조르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두목!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같이 부정, 부정, 부정입니다! 나는 이놈의 세상에 끼지 않겠어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한 아주머니가 개를 데리고 앞서가고 있다. 마주 오던 또 한 아주머니가 개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두 아주머니가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개를 매개로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개는 무심히 자신의 길을 간다.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 이유는 개의 ‘덕성(德性)’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 개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잠을 자려 누웠는데, 마루에서 개가 낑낑거렸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가만히 누워 계셨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개가 쥐약을 먹고 죽어가는 중이었다. 우리 가족은 말없이 개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개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갑자기 몸이 이상해졌는데... 비명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데....’ 

 

‘오! 평소에 밥을 주고 귀여워하던 가족들이 이리도 무심하다니! 왜 방에서 아무도 나와보지 않는 거야?’ 

 

개는 참담한 마음으로 죽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개는 우리를 용서했을 것이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개는 함께 사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개들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개의 의리’ 때문일 것이다. ‘머리에 검은 털 난 짐승은 믿을 수 없어!’  

 

아득한 옛날, 원시 시절에는 사람도 의리가 있었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그러다 문명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자아(自我)’를 갖게 되었다. ‘나’라는 의식을 갖게 된 인간은 서서히 가족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개인 중심의 사회다. 과거에는 최고의 가치였던 의리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 사회, 우리는 너무나 외롭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게 된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깨를 걸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

 

조르바는 연약한 젊은 과부에게 집단 폭행을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격분한다. 

 

 “창피하지도 않나? 사내들 떼거리가, 아니 온 마을 녀석들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게? 조심하지 않으면 크레타섬 전체가 오줌똥이 되겠어!”

 

조르바는 이들과 맞서 싸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두목!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같이 부정, 부정, 부정입니다! 나는 이놈의 세상에 끼지 않겠어요.”

 

이 세상에 조르바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에게서는 짙은 서러움이 배어 나온다.

 

 

  때가 되자

 그는 가만히 곡기를 끊었다. 

 물만 조금씩 마시며 속을 비웠다. 

 깊은 묵상에 들었다. 

 불필요한 살들이 내리자 

 눈빛과 피부가 투명해졌다.

 

 - 김사인, <좌탈坐脫> 부분  

 

 

어느 고승(高僧)의 죽음이 아니다. 개의 죽음이다.

 

어쩌다 인간은 한평생 도를 닦아야 개처럼 죽을 수 있게 되었을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1.25 10:55 수정 2024.01.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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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