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나의 길

고석근

나무처럼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길이 있는 거예요. 무화과 나무한테 체리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시비 걸지는 않잖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드라마 ‘위대한 부활- 에르투룰’을 보고 있다. 오스만 제국을 세운 오스만의 아버지 에르투룰 가지(Ertugrul Ghazi)의 영웅적인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한 인간이 온갖 고난을 겪으며 위대한 영웅으로 변태한다. 고통만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형이 마신 물에 독이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는 염소 한 마리를 끌고 오게 한다. 그가 형이 마신 물을 염소에게 들이밀자 염소는 머리를 돌린다. 염소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 물은 마시면 안 돼!’

 

인간은 문명을 이루게 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생각’ 때문이다. 생각이 몸이 아는 것을 가로막는다. 임금님이 벌거숭이라는 것은 눈으로 훤히 보인다. 아이는 소리친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대신들의 눈에는 임금님의 몸에 걸친 눈부시게 화려한 옷이 보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옷, 그들은 경외감에 휩싸인다. 그들은 평소에 얼마나 많은 허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을까?

 

현대 철학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니체는 ‘선(Good)과 악(Evil)’으로 살아가지 말고, ‘좋음(good)과 싫음(bad)’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인간도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싫은 게 무엇인지 안다. ‘원초적 본능으로 살아가라!’

 

인간의 생각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인간은 한 생각에 빠지게 되면,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길가에 있는 새끼줄도 뱀으로 본다. 머릿속에 ‘뱀은 나빠!’하는 생각이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체는 우리에게 선과 악을 기준으로 살아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이 선과 악으로 나뉘게 되면, 삼라만상의 본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인간의 말간 눈에는 삼라만상의 그대로 보인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런데 머리에 든 선과 악에 대한 지식은 산과 물을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산과 물은 선과 악이 아니다. 그때그때 산과 물은 선도 되고 악도 된다. 그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매 순간, 선악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이 아주 맑아야 한다. 인간 본래의 마음을 지나고 있어야 한다.

 

인간 본래의 마음을 본성(本性)이라고 한다. 이 본성은 누구나 타고나면서 갖게 된 마음이다. 이 마음만 잘 간직하고 살아가게 되면, 인간은 누구나 충만한 삶을 살다 갈 수 있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 본성을 잃는 것이다. 본성을 잃는 것을 악(惡)이라고 한다. 악은 원래의 마음이 아닌 ‘버금(亞)가는 마음(心)’을 일컫는다. 원래의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마음이 악한 마음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회심(回心)을 해야 한다. 원래의 마음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러면 그 마음은 자신에게 좋고 싫은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좋은 것은 하고 싫은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나의 길’을 가게 된다. 천지자연이 길을 열어준다.

 

선과 악의 굴레에 한 번 빠지게 되면, 영원히 헤어날 수 없게 된다. 눈앞에는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게 된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 기형도, <안개> 부분  

 

 

습관으로 살아가는 삶, 그래서 우리는 안개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그러다 언젠가 멀리서 무언가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우리는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산이 산으로 물이 물로 보이는 기적의 순간이었는데, 이제 더는 인생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2.01 11:06 수정 2024.02.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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