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시간이 머무는 곳
무리 떠난 새 한 마리
부유하던 창공 접어 잠시 멈추고
가만히 창 사이로 햇살을 날린다
청량제 감싼 산기슭 녹음
울타리 채운 망막 선 따라 배영하면서
각진 가슴을 문지르고 있다
비비크림 없는 민낯 부끄럼이
헐벗은 나무에 볼 붉히면
한가한 봄이 훑어낸 초록이 키웠던 추억
샤넬 넘버 5가 부럽지 않은
미풍이 가져온 아카시아
기억에서 희미한 솜털 향수 달고
우릴 향해 공중제비하는 산
봉제 건드린 어린 에피소드 봉지가 터지면
무게 잡던 노송이 뒷짐 풀고
신명 나 끼어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검버섯에 떨어지면
입가에선 동화가 빠져나왔다
한가로이 푸른 하늘 베개 삼아 오수 즐기던
구름 한 자락
산 적막 깬 추억이 굴러다니면
깔깔거리는 이파리들 소리에
벌떡 일어나 고개 내미는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