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시간이 머무는 곳

민은숙

 

시간이 머무는 곳

 

 

무리 떠난 새 한 마리

부유하던 창공 접어 잠시 멈추고

가만히 창 사이로 햇살을 날린다

청량제 감싼 산기슭 녹음

울타리 채운 망막 선 따라 배영하면서

각진 가슴을 문지르고 있다

 

비비크림 없는 민낯 부끄럼이

헐벗은 나무에 볼 붉히면

한가한 봄이 훑어낸 초록이 키웠던 추억

샤넬 넘버 5가 부럽지 않은

미풍이 가져온 아카시아 

기억에서 희미한 솜털 향수 달고

우릴 향해 공중제비하는 산

 

봉제 건드린 어린 에피소드 봉지가 터지면 

무게 잡던 노송이 뒷짐 풀고

신명 나 끼어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검버섯에 떨어지면

입가에선 동화가 빠져나왔다

 

한가로이 푸른 하늘 베개 삼아 오수 즐기던 

구름 한 자락

산 적막 깬 추억이 굴러다니면

깔깔거리는 이파리들 소리에

벌떡 일어나 고개 내미는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02.14 09:03 수정 2024.02.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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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