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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으면
그늘진 겨우살이 처마 밑
불쑥 고개를 내민 푸성귀라도 좋겠네
아직 겨울인 줄도 모르고
얼떨결에 나왔다가
깜짝 놀라 움츠리는 풀이라도 좋겠네
꽁꽁 언 땅에
꽃 한 송이라도 피워야
겨울을 떠나보낼 터인데
언덕 넘어 아지랑이 뽀얗게 흔들려야
사랑하는 님 맞이 동구 밖까지 뛰어나가
반가운 얼굴 부벼도 보고
왜 이제 왔느냐고 투정도 할 텐데
얼어붙은 마음 녹여줄 봄이
살며시 찾아와 노크했다가
혹시 그냥 돌아갈까 봐
밤새 잠 못 들고 봄 소리에 귀 기울이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