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에서 보는 나 자신 사랑하기

민병식

시몬 드 보부아르(1908 ~ 1986)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사회 운동가, 작가로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43년 '초대받은 여자'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해 지식인의 문제를 다룬 '레 망다랭' 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현대 페미니즘을 성립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고 1949년에 여성의 억압에 대한 분석한 '제2의 성'으로 현대여성주의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장 폴 사르트르(1905 - 1980)와의 계약결혼으로도 유명하다. 1929년 교수 자격시험 중에 만난 두 사람은 샤르트르가 결혼을 제의하지만 보부아르의 부모가 반대했고 다시 2년간의 계약결혼의 제의가 죽 이어져 그들은 샤르트르가 죽은 1980년까지 51년의 시간동안 함께 살았다. 그들의 계약결혼 조항의 핵심은 각자의 혼외 관계를 용인하고, 서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숨기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는 서로 독립한다였는데 그 계약 기간 중 문란한 사생활이 있었으나 어쨌든 시대를 앞서갔음은 틀림없다.

 

이 작품은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년의 여인이 자신의 실존에 대해 자각하며 위기를 극복해 가고자 하는 일기 형식의 글이다. 주인공 '모니끄'는 성실한 주부다.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알고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온 주부로 남편의 사랑을 확신하고 딸도 잘 키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지적이고 교양 있는 여자라 생각한다. 

 

연구실에서 일하느라 늦는다고 생각한 남편이 세벽 3시에 들어오고 왜 늦었냐는 물음에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한다. 그녀는 변호사 '노엘리'라는 여자로 육감적이며 자유분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다. 남편은 교양 있고 정숙한 자신과의 결혼 생활에 만족함을 느끼지 못했는가. 모니끄는 22년간의 결혼 생활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림을 느낀다. 

 

남편은 당당하게도 자신과 보내는 시간만큼 그녀와 보내겠다고 한다. 모니끄는 친구를 찾아가 상담하지만 친구는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한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남자를 너무 몰아붙이면 도망가니 그와 헤어질 것이 아니라면 기다리라고 말한다. 모니끄는 남편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그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친구의 말대로 기다려도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고 두 딸과 이야기를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남편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남편은 사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몸과 마음은 노엘리에게 가 있다. 눈에 보이는 과일처럼 똑같이 쪼개어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닌데 모니끄는 괴롭기만 하다. 결국 우울증에 빠지고 점점 야위어 가고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한 남편이 잠시 따로 나가서 살겠다고 한다. 

 

모니끄는 '왜 나는 꿈보다 헌신을 택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처음 자세에서 이 모든 위기 들이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바뀌고 그 누구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으며 스스로 미래를 해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현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자신을 늘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은 남편과 자식 들을 포함한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작품에서 보는 위기는 단지 모니끄와 여성만의 위기일까. 그렇지 않다. 작품은 여성의 예를 들었을 뿐 여자든 남자든 삶의 여정에서 많은 위기가 도래하곤 한다. 할만큼 했는데 버틸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우울증에 걸려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만큼 힘든 순간도 있다. 

 

그렇다면 한순간에 찾아와 삶을 송두리째 파멸시킬 수 있는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사는 것이 당연히 바른 삶의 방향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함의 바탕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해야 내 마음이 남들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주고 남들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바로 모니끄의 위기를 통해 배우는 사랑의 진리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2.28 10:50 수정 2024.02.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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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