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효의 현대적 의미

김관식

예로부터 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다움의 중요한 가치 덕목으로 여겨왔다. 서양이 기독교의 영향 아래 효의 덕목이 그 뿌리를 형성해 왔다면, 동양의 경우는 불교와 유교의 근본을 두고 효를 인간 도리를 다하는 실천 덕목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농본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제4차산업으로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효에 대한 가치의 비중과 그 의미가 변화되고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전 세계가 과학, 의학, 등 각종 산업기술이 급속도로 발달 됨에 따라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졌고, 최근에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젊은 세대들이 부양을 책임져야 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나라마다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덕목 중 가장 으뜸이 되는 덕목을 효(孝)로 꼽았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들의 정신은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으로 변화되어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리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극도의 이기주의적인 행동으로 효의 가치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풍요로운 물질의 소유는 의식주 생활에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주었지만, 사람으로 해야 할 도리와 효를 중히 여기고 실천해 나가려는 인간다운 마음과 행동이 따르지 못해 사회는 삭막해지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묻지 마 폭행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인간 정신이 물질에 오염되어 나의 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여 귀중한 생명조차 경시하는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욕망의 달성만이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 주리라는 물신주의로 오염된 현대인의 정신적인 황폐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물질로 환산되는 사회, 자신이 운전하는 차로 교통사고를 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망하게 한 경우라도 생명의 가치를 물질로 보상하는 등 모든 것을 물질 가치로 평가하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물질주의 우선의 사회규범에서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가 무시하고, 가정의 기본 단위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물질로 환산하려는 사고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기장 기본적인 도리인 효의 가치가 물질로 환산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가정에서 효의 모범을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자식은 당연히 물질적인 사회병리적 가치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 정치 사회 등 방송뉴스에 보면 모든 뉴스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신의 물질을 많이 차지하려다가 걸림돌이 되어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기변명을 일관하는 것들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아무리 가정에서 효 교육을 실천한들 사회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비정한 인간들이 복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물질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물질만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물질은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만 키운다. 인간의 고유한 정신의 가치를 우선하여 실천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부모를 모시고 다복하게 살아가는 효를 중시한 우리나라 전통사회를 부러워했던 것은 그들이 우리나라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며 사는 선진국이지만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는 우리나라 전통사회의 모습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가? 가난했던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서양 전진국의 산업사회를 갈망하고 그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그들처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려고 노력하여 그들과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지만, 전통사회의 가치는 완전히 파괴되고 서양 사람들보다 더 삭막하게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우리의 효 가치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 다시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했던 우리 전통사회의 미풍양속의 효행을 되찾아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효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효에 관한 유명한 책 ?효경?과 ?부모은중경?, 『효감동천(孝感動天)』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효경’은 주로 국가적ꞏ정치적으로 ‘효’의 당위성을 표방하는 유교의 경전이고, ?부모은중경?은 생활윤리로 전승됐던 불교 경전이다. 유교의 경전인 『효경』에서 강조한 효 사상은 인(仁)의 실천으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착한 본성인 사랑과 공경의 마음인 인애(仁愛)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실천을 생활화했다. 바로 사회 형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족 공간의 자신의 부모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이웃 어른까지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확대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부모은중경?은 불교의 경전으로 우리나라 전통사회에 효 사상에 크게 영향력을 미쳤는데, 이 책에서는 부모의 은혜를 10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이 몸을 잉태해 지키고 보호해 주신 은혜다.

 둘째, 출산하실 때 고통받는 은혜다.

 셋째,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시는 은혜이다. 

 넷째, 쓴것은 어머니가 삼키고 단것은 뱉어내서 주신 은혜이다. 

 다섯째, 아이는 마른 곳에 눕히고 어머니는 젖은 곳에 누우신 은혜이다.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이다. 

 일곱째, 자식의 더러운 것을 빨고 씻어 주신 은혜이다. 

 여덟째, 자식이 멀리 가면 걱정해 주신 은혜이다. 

 아홉째, 자식을 위해 마음고생하는 은혜이다. 

 열째, 끝없이 사랑하고 근심하시는 은혜이다.

 

그리고 불효하는 것으로 첫째, 자식이 독립하거나 가정을 이룬 다음 부모와 멀리하는 것, 다 자란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식이 또는 다 큰 아이가 부모와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효를 중시한 농본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산업사회로 변화되면서 점차 효에 대한 방법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효의 본질이나 가치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내리사랑의 전통 또한 변함이 없다. 

 

일부 서울 부유층 자식들이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명품들로 치장을 하고 날마다 친구들과 퇴폐적인 향락을 즐기며 물의를 빚는 뉴스들은 청년실업으로 일자리가 찾지 못해 부모에 의탁하여 자립하지 못하고 은둔해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빈부 차이로 인한 무기력과 위화감, 분노를 조성하게 된다. 묻지 마 폭행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 것은 물신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효의 가치관을 길러주지 못한 가정, 사회가 원인이며, 빈부 차이에 의한 계층 간의 위화감에 대한 분노가 그 원인이 되었던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질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로 나가야 모두 잘사는 사회가 되고 선진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가치의 기본이 되는 효를 중시하면 가족이 화합하고 이웃들과 화목하게 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효의 현대적인 의미는 바로 인간 본연의 인간성을 되찾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일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3.18 10:04 수정 2024.03.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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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