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국민애창곡 해설] 떠난 님 그리운 망부석, <채석강>

진성 작사 김종문 작곡 진성 노래

유차영

제도설정과 규정 제정은 언행의 범주를 한정할 수 있지만, 감성과 감정으로는 사유의 울타리를 설정하지 못한다. 이런 면면은 좌·우측보행 방식의 변화로 설명할 수가 있다. 이는 201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좌측 통행을 권장했었고, 이후에는 우측 통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도로와 계단 보행에 공통이다.

 

이는 ‘좌측 통행 보행방식’으로 평생을 살아낸, 6.25 전쟁기를 거친 분들이나, 베이비부머와 7080세대들에게는, 일상생활에서 정반대의 생각과 행동으로의 변환(전환)을 하게 하였다. 이는 제도와 규약에 근접한 사회 관계적 관성이고, 감성과 감정의 보편적 울타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관점의 맥락에서, 오늘 유아국해(劉我國解)《아랑가, 我浪歌》해설 곡은 진성이 열창한 <채석강>이다. 이런 리듬과 템포와 노랫말과 가창 방식의 노래 유(類)를 통틀어서 《트로트》라는 범주로 통념 통칭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를 《아랑가》로 개명(改名) 혹은 작명(作名)을 해서 통칭하자는 제안을 한다. 제도설정과 규약제정이 아닌, 감성적 보편성과 사회적 통념의 문화생성 차원의 주창이다.

 

서해바다 수평선아 / 너는 왜 말이 없느냐 / 떠난 님 그리워서 망부석 되어버린 / 채석강 운명 / 기폭에 꿈을 싣고 온다던 사람 /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꽃은 피었건만 / 파도 소리 갈매기만 슬피 울고 있네요 / 방파제 여인의 설움 그 누가 알까 / 채석강아 말 좀 해다오.

 

서해바다 푸른 파랑에 절삭(切削)된 아름다운 바다강, 채석강(採石江). 고군산열도의 안골 같은 군산에서, 39㎞에 달하는 해수면 방파제 위를 남쪽으로 달려서 도달한,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1의 절경이다. 그 바다를 마주하고, 이 노래를 내지른다.

 

수제선 수평선을 마주하여 달리면서, <채석강> 노래를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흥얼거렸다. 서해바다 수평선아 너는 왜 말이 없느냐. 떠난 님 그리다가 망부석 되어 버린 채석강 운명. 마치 내가 떠나 간 님을 그리다가 굳어버린 영혼의 망부석이 된 듯한 묘한 감정도 도사려졌다.

 

 

아스라한 도로 좌우에 펼쳐진 바다와 땅을 번갈아 보면서 내달리는 뇌리에 많은 단상이 그려졌다. 지난날 안팎으로 민망한 생각이 들었던 스카우트대회, 이후 이전투구(泥田鬪狗) 하듯 하던, 아전·이서·서리·향리에 비유하기도 마땅하지 않은 처사를 하던 공복과 사인들... 

 

이 장구한 포장도로, 그 안으로 광활하고 펑퍼짐한 간척지~. 천혜인공(天惠人工)의 군산공항~. 이들을 이용하여 무엇을 지향하고, 진화 승화 강화해야 할까. 순간의 영감 포착, 그것은 바로 글로벌 스포렉스 광장과 국제 스포츠 스타디움으로의 변신이었다.

 

이런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나의 뇌리에는 새만금 간척지 방파제 도로 위를 내달리는 글로벌 마라토너들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파노라마로 스쳐 갔는데..., 나는 어느새 격포항 채석강 앞에 서 있다.

 

서해바다 수평선, 그 너머로 아련한 위도 섬, 떠난 님 그리다가 망부석 되어버린 방파제 여인, 적벽 절경, 강물 속에 잠긴 달을 건져 올리려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이태백~. 그냥 노랫가락을 자꾸 흥얼거린다. 그러면서 또 우리의 전통과 정통의 멋을 아우른 노래 유(類)의 타이틀에 골몰했다.

 

이런 노래를 왜 《트로트》라고 통칭하는가. 한국대중가요사에 걸쳐 있는, 외국에서 탄생하여 우리나라로 천이된 장르는 많고 많다. ‘스윙, 부기우기, 차차차, 맘보, 트위스트, 클래식, 재즈, 팝·스탠더드 팝, 랩, 쏘울, 펑크, 불루스, 리듬앤블루스, 포크, 힙합, 해비메탈, 디스코 등등.’ 그런데 왜, 굳이 미국에서 탄생하여 일본을 거쳐 온, 도로도(도롯도)를 따랐는가. FOX Trot에서 유래한 이 단어를...

 

FOX와 Trot의 사전적 의미는, ‘여우, 혼란스럽다’와 ‘속보, 빠르게 달리다’이다. 이 말이 우리들의 영혼을 위무하고, 어깨와 허리춤을 덩실거리게 하는 우리 노래와 어떻게 연계되는가.

 

사전적 의미로도 연계되지 않고, 감성(감흥)적으로도 엇대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연고로, 우리의 전통 노랫말과 창법을 통틀어서 《트로트》라는 단어·용어의 틀 안에 가두었는가. 그리고 60여 년 회갑자의 세월 동안 왜, 아무도 말이 없는가.

 

그러니 이제는 이런 유(類)의 노래를 《아랑가》로 통칭하자. 이는 우리의 고유한 노래 <아리랑>과 통속적인 노래를 통칭하는 단어 <가요>를 합친 단어이다. 《아랑가》(我浪歌·ArangGA)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단어·용어·장르 명칭이 되리라 확신한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어질 이런 노래 유의 경연 명칭은, <미스아랑가경연> 혹은 <미스터아랑가경연>으로 칭하자. <아랑가전국체전>도 좋고, <아랑가팔도대항>도 좋으리라. <시니어아랑가경연>, <구구팔팔아랑가경연>이면, 더더욱 멋진 타이틀이다.

 

<채석강> 노래 배경지, 채석강(彩石江)은 돌무늬(돌층계)가 아름다운 바다강이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 변산반도국립공원 서쪽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鷄峰, 계봉) 일대, 둘레 1.5㎞ 층암절벽과 바다에 붙인 이름이다. 변산 팔경 중의 하나인 채석범주(彩石帆舟), 술통을 받쳐 들고 있는 아름다운 돌 돛단배 같은 풍광을 말한다.

 

진성의 목청을 넘어오는 노래들 대부분은 이런 《아랑가》유의 절창이다. 진성은 자신의 고향 노래 <채석강>으로, 대중들 노스텔지어(Nostalgia) 불길에 휘발유를 뿌렸다. 1970년 남상규가 부른 <고향의 강> 동생 같은 절창이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에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속의 강~’

 

그렇다. 억만년 전에 떠나 간 님을 기다리다가 망부석 되어버린 바다 절벽이 채석강이다. 바닷물 파랑이 끼고 돌고, 소금 바람에 부딪히고, 되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바다 강은 유구하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듯한 돌층계, 수만 권의 책을 포개어 놓은 듯한 절벽, 채석강을 할퀴고 간 물결은 소금물이다.

 

이 강기슭이 망부(亡夫)의 한을 품었다. 피고 지고 다시 피는 꽃 세월, 파도 소리 갈매기가 어울려 슬피 우는 소금 바람 짭짤한 방파제에 서 있는 여인네가 애처롭다. 2절 노랫말을 불러낸다.

 

서해바다 수평선아 / 너는 왜 말이 없느냐 / 떠난 님 그리워서 망부석 되어버린 / 채석강 운명 / 기폭에 꿈을 싣고 온다던 사람 /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꽃은 피었건만 / 파도 소리 갈매기만 슬피 울고 있네요 / 방파제 여인의 설움 그 누가 알까 / 채석강아 말 좀 해다오.

 

중국 안후이성 마안산시에 채석강이 있다. 양쯔강 지류에 있는 풍광 좋은 강기슭이다.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유배와 방랑의 삶을 살던 중, 이 강 물결 위에서 밤 풍류를 자주 즐겼단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물 속에서 일렁거리는 달을 잡으려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는 설풍(說風)을 품은 강이다. 이 강처럼 풍광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 부안 채석강이다.

 

<채석강>을 부른 진성(眞成)은 1960년 부안군 행안면 출생, 본명 진성철이다. 그의 아버지는 유랑극단 단원이었고,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였던가,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아직도 어머니는 영영~ 이라는 말을 접할 때, 진성의 눈가는 눅눅해진다. 두세 살 때부터 그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5~6세 때 옆집 할아버지에게 창(唱)을 배웠고, ​고달픈 시간을 노래로 달래며 지냈다. 덕분에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로 알려졌었다.

 

배고프고 사람이 그리운 시간의 터널 속에서 진성철의 감성은, 특이한 끼의 한(恨) 덩어리로 여물어졌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온통 한을 머금은 쇠통(금관, 金管)을 통과해 나온 듯한 울림이다.

 

그는 12세 경부터 중국집 음식 배달·신문팔이 등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러던 중 유랑극단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16세부터 대타 가수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17세 때부터 서울 야간업소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돈벌이가 안 되어 새벽부터 리어카를 끌며 과일을 팔았다.

 

그러던 중 1997년 <님의 등불>로 데뷔했다. 그가 카바레 등 밤무대에서 노래하던 시절에는 최윤진이라는 예명을 사용했었다. 진성철, 최윤진, 진성을 연결해 보시라~.

 

그의 대표곡은 <님의 등불>,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내가 바보야>, <태클을 걸지 마>, <안동역에서>, <님의 사랑>, <잊을 수 없는 영아>, <고향>, <보릿고개>, <가지 마> 등이다.

 

그의 삶은 고진감래의 진행형 인생살이다. 21세기 우리 유행가요계는 진성의 광장이나 다름이 없다. 종편이건 지상파 프로그램이건 유행가·아랑가 광장에는 진성의 노래가 풍성거린다.

 

고향의 강 노래를 하면, 마음속에 고향의 강물이 흐른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 영산강 굽이굽이 푸른 물결 넘실거리면~,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적시면~, 쌍돛대 님을 싣고 포구로 가면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그렇다. 고향의 강에는 늘 마음속의 강물이 흐른다.

 

<채석강> 같은 유(類)를 통칭할 《아랑가》(我浪歌·ArangGA)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의 바람은 언제쯤 풍성거릴까.

 

한평생 ‘좌측 통행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우측 통행으로 길거리를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듯이’ 《트로트》라는 말을 역사의 갈피에 걸쳐 두고서, 《아랑가》를 통념하고 통칭할 날을 고대한다. 저 멀리 펄럭거리는 깃발처럼 휘날릴《아랑가》깃발이여~.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4.01 09:52 수정 2024.04.01 10:3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